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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8 21:41 수정 : 2018.11.18 23:10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와 인사 불이익이 없었다고 단언코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비판’ 글에 인사 보복
법원행정처 문건으로 첫 확인
박병대·양승태도 직접 결재해
“불이익 없어” 양승태 거짓말 드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놀이터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와 인사 불이익이 없었다고 단언코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대법관 다양화 등을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판사의 인사평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지방 좌천’시킨 사실이 행정처 문건으로 확인됐다. 사법농단 사태를 촉발시킨 ‘판사 블랙리스트’가 구체적으로 실행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이 문건은 박병대 전 대법관(행정처장)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결재도 받았다고 한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어떤 법관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8일 <한겨레>가 검찰 등을 취재한 결과, 행정처 압수수색에서 문건 형태로 확보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2015년 1월 작성)에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을 비판한 송아무개 부장판사의 인사평정 순위를 ‘강등’시켜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인사조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송 부장판사는 2011년부터 수원지법에서 근무하다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서 통영지원으로 발령 나 당시에도 대법원장의 ‘문제 판사 길들이기’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판사들은 법원 인사시스템에 따라 ‘지방-수도권-서울’ 순으로 근무하는데, 송 부장판사는 서울에서 근무할 시기에 수도권에서 4년 일해 ‘배려’를 받아야 함에도 도리어 가장 먼 법원 중 하나로 발령 났기 때문이다. 행정처의 ‘판사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결과라는 사실이 이제야 확인된 셈이다.

송 부장판사는 2014년 8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권순일 행정처 차장을 대법관으로 제청하자 법원 내부게시판에 ‘최고엘리트 법관이 아닌 인권 등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에게 문호를 개방했으면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2015년 1월에도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가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등을 추천하자 “적극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송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가진 대법관 관련 글을 올린 뒤 행정처가 근무지, 사무분담 등 다양한 인사 불이익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 자체조사에서도 송 부장판사의 ‘성향’을 분석한 행정처 문건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런데도 지난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비판적 법관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관련 문건을 행정처에서 확보함에 따라 ‘판사 블랙리스트’ 은폐 의혹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송 부장판사를 불러 문건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른 법관들에게도 인사 불이익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판사는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이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은 법관 독립의 심각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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