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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한국시간) 도하 카타르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유도 73kg급 결승에서 이원희(25.KRA)가 다카마쓰 마사히로(일본)를 한판으로 눕히고 있다. 이원희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유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도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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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딛고 죽을 각오로 싸워”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5·KRA). 그를 가로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국 유도의 간판 이원희가 5일(한국시각) 열린 15회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남자유도 73㎏급을 제패하며 유도 그랜드슬램(2003 세계선수권, 2003 아시아선수권, 2004 아테네올림픽, 2006 아시아경기대회)의 위업을 일궈냈다. 그랜드슬램의 무대는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스포츠클럽 유도장.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일본의 강호 다카마쓰 마사히로. 이원희는 그동안 3차례 맞대결을 편 다카마쓰에게 한번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발목과 왼쪽 무릎인대가 좋지 않은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팽팽한 탐색전의 긴장이 한 순간 터진 것은 경기 시작 1분33초. 이원희는 빗당겨치기 한판으로 다카마쓰를 쓰러뜨렸다. 통쾌한 한판승에 관중석의 응원단은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기쁨에 찬 이원희는 관중석의 아버지한테로 뛰어가 깊은 포옹을 했다. 한국 유도에서 그랜드슬램을 이룩한 것은 이원희가 처음이다. 안병근 남자대표팀 감독도 1984년 LA올림픽, 1985년 세계선수권대회,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3위에 그쳤다. 이원희는 경기 뒤 “그랜드슬램을 이룬 건 개인적 영광 못지 않게 국가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나왔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발목과 무릎 통증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죽을 각오로 싸웠기에 할 수 있었다”며 뿌듯해 했다. 이원희가 결승까지 이르기에는 고비도 있었다. 이날 1회전에서 칼리파 알 쿠바이시(UAE)를 허벅다리 걸기 한판으로 메친 이원희는 2회전에서 고전했다. 상대 라슐 보치예프(타지키스탄)를 맞아 5분간 서로 지도만 2개씩 주고 받았고, 연장에 가서야 보치예프가 지도 1개를 더 받아 우세승을 거둘 수 있었다. 위기를 넘긴 이원희는 더 강해져 있었다. 3회전에서 마젠 나나에(시리아)를 허벅다리 걸기 한판으로 꺾었고, 4강에서는 쇼키르 무미노프(우즈베키스탄)마저 다리들어 메치기 한판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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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한국시간) 도하 카타르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유도 73kg급 결승에서 이원희(25.KRA)가 다카마쓰 마사히로(일본)로부터 한판승을 따내 금메달을 획득한 후 가족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12.5 (도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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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그랜드슬램에는 아버지 이상태씨와 어머니 이상옥씨, 누나 현주씨가 함께 했다. 이원희의 가족은 특히 이원희의 그랜드슬램을 이룬 각 대회 우승 때마다 함께해 ‘가족 그랜드슬램’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원희에게 만족이 없다. 그는 “2003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때 금메달을 따고 2005년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경쟁 선수에 밀려 나가지 못했다”며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세계 정상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큰 목표도 거침없이 밝혔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의 신화는 계속될 것 같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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