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12 20:28
수정 : 2010.09.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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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구 선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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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나 항만, 공항 건설 등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까운 혈세만 날리고 완공된 시설물은 두고두고 국민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공투자를 결정할 때는 비용이 얼마나 들고 그로 인한 편익이 얼마인지를 돈으로 환산해 따져보는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 그 결과 편익이 비용보다 클 때 사업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문제는 분석 과정에서 종종 사업주체의 주관이 개입돼 편익/비용 비율이 춤을 춘다는 점이다. 경인운하가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2년 경인운하의 편익/비용 비율을 0.81로 계산했다. 100원을 들여 81원의 편익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3년 감사원은 이런 분석조차 조작됐다며 그 비율을 0.71로 낮췄다. 결국 경인운하 사업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중단됐다. 그런데 그 비율이 1.76(2004년, 네덜란드 DHV), 1.07(2009년, KDI)로 높아지더니 정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경인운하 사업을 재개했다.
‘한반도 대운하’가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편익/비용 비율은 2.3이었다.(2007년 2월, 곽승준 고려대 교수) 100원을 들여 230원의 편익을 누릴 수 있는 알짜배기 사업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비용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유지관리비가 빠져 있는 등 비용은 과소 계상되고 편익은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대운하를 포기하고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바꾼 뒤 편익/비용 비율을 새로 내놓지는 않고 있다.
최근 서울대 홍종호 교수가 낙동강과 한강 사업을 대상으로 한 편익/비용 비율이 0.16~0.24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법정에 제출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4대강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이 귀중한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업을 과연 계속해야 하나.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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