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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3 20:14 수정 : 2010.09.13 21:38

부산 화명지구 안 자전거도로(황토색) 옆 운동장 일부가 완공되지 않은 채 잡풀이 무성하다.

‘4대강 첫 준공’ 부산 화명지구 가보니

강변은 쓰레기로 뒤덮이고
수생식물 일부 고사직전

나무그늘등 쉼터도 부족
적치장 공사는 아직 진행중

주민들 “400억 어디 썼나”

지난 10일 오후 부산 북구 화명동 둔치 안 풋살경기장. 국토해양부와 부산시의 주최로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4대강 살리기 낙동강 선도사업 화명지구 준공식이 열렸다. 주최 쪽은 행사기간 화명지구가 앞으로 강바닥 준설과 수변부 절개 등을 통해 완공될 4대강 사업 예정지역의 본보기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둘러본 화명지구는 주최 쪽 설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연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었다. 강변의 습지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운동장과 체육시설로 채워졌다. 체육시설도 축구장(2곳), 야구장(2곳), 농구장(4곳), 족구장(4곳), 테니스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젊은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종목으로 짜여 있었다. 중장년 노인들과 여성들의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운동장 시설도 기대 이하였다. 운동장 바닥은 대부분 맨땅이었다. 주차장 근처에만 천연잔디가 깔려 있었다. 운동경기장 바깥을 따라 만든 3.5㎞ 길이의 산책로 바닥은 비가 온 뒤 굳은 맨땅처럼 딱딱했고, 산책로 옆 4.6㎞ 길이의 자전거도로는 황토색을 입힌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다. 자칫 여성과 노인들이 운동하다 넘어질 경우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체육시설과 운동장 위주로 꾸며지다 보니 그늘을 만들어주는 수목과 시민들이 쉬어가는 의자도 턱없이 부족했다. 화명지구 앞 ㄷ아파트 주민 김아무개(43)씨는 “가족들이 오붓하게 잔디밭에 앉아서 낙동강변의 정경을 보는 것을 기대했는데, 햇볕을 가릴 그늘도 없어서 대단히 실망했다”며 “400억원이나 들여 정비했다고 했는데 어디에 돈을 썼는지 감사를 벌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부산 화명지구인 제2낙동대교 근처에 설치된 침사지에 강바닥에서 긁어낸 준설토가 유입되고 있다.
낙동강변과 체육시설 사이에 마련한 수생식물원(2만5000㎡)은 나무로 만든 다리인 데크를 연결해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도록 했지만, 차라리 자연 그대로 뒀으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생식물원 안에 인공으로 만든 소규모 저수지에는 오리가 몇 마리 노닐 뿐이었다. 나무 데크 주변에 심은 수생식물 일부는 고사 직전이었다.


데크 끝의 낙동강 기슭에는 낙동강을 건너는 다리가 설치되기 전까지 사람들을 실어 날랐던 나루터가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지만, 강변에 쌓인 쓰레기 더미와 악취로 빛이 바랬다.

제2낙동대교 아래쪽 화명지구에선 강바닥에서 긁어낸 준설토에서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침사지와, 침사지를 거친 강바닥의 마른 흙을 쌓아두는 적치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민들은 “아직 정비사업이 진행중인데도 왜 서둘러 거창하게 준공식을 열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은 “화명지구 정비사업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발표한 지난해 6월보다 2년가량 앞서 시작한 것이고, 더욱이 생태공원과는 한참 거리가 먼데도 정부와 부산시가 4대강 사업의 본보기라고 과잉 홍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낙동강살리기사업부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예산을 늘려 점차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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