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11 19:28
수정 : 2010.10.12 09:10
미 홍수분석 프로그램으로 따져보니…
하천학회·4대강범대위 회견 “본류 준설탓 지천 유속 2배로”
지난달 21일 집중호우 때 한강 유역인 경기도 여주군 연양천에서 발생한 신진교 붕괴 등의 피해는 ‘4대강 사업’의 과도한 준설로 인해 일어났다는 홍수 모델링 결과가 나왔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지금처럼 4대강 준설을 강행할 경우, 주변 지천의 홍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사업 중단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범대위)는 11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0년 수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미국 공병단 홍수분석 프로그램에 20년 빈도의 홍수량을 기준으로 한 하천기본계획, 여주·우만 수위관측소 관측 수위를 넣어 분석한 결과, 본류인 남한강의 과도한 준설로 인해 물그릇이 커졌고, 그 결과 상류인 지천의 유속이 빨라져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분석 결과, 남한강과 연양천 합수 지점의 수위는 준설 전 44.64m에서 준설 후 39.73m로 5m가량 낮아졌다. 박 교수는 “연양천 상류 2.4㎞ 구간이 달라진 합수 지점 수위의 영향을 받았고, 특히 1㎞까지는 유속이 빨라졌다”고 밝혔다.
남한강 합수 지점에서 약 400m 떨어진 신진교는 붕괴되는 사고를 겪었다. 홍수 모델링 결과, 신진교의 하류 유속은 초속 2m에서 초속 4.17m로 2배 이상이 됐고, 상류 유속은 초속 1.99m에서 초속 3.35m로 1.68배가 됐다. 일반적으로 유속이 두 배로 빨라지면 물의 세기인 소류력은 4배 증가하는데, 이번 분석에서 상류와 하류의 소류력은 각각 3.24배와 5.29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물에 깎여 파이는 정도를 일컫는 세굴심(c.s.u.)도 이전에 비해 1.67배로 늘었다. 1969년 지어진 신진교는 길이 36m로, 2002년 보강공사를 벌인 지 8년 만에 무너졌다. 사고가 난 지난달 21일 여주 지역에는 한때 시간당 78.5㎜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4대강범대위 등은 또 지천 피해지역이 준설 공사가 이뤄지는 남한강 본류 합류부 500m 이내에 있다고 주장했다. 연양천을 비롯해 복하천, 양화천, 뒤뜰천, 소양천 등 다른 지천도 둑이 유실되고 하상보호공이 깎이는 등 홍수 피해를 입었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준설 공정률이 50% 안팎인데도 금당천 다리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파손되고, 양화천의 농경지 제방이 무너졌다”며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 유속이 더욱 빨라지면서 사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신진교 붕괴는 노후화된 교량이 갑자기 불어난 홍수량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이라며 “본류의 준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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