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01 09:50
수정 : 2010.11.01 09:50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최근 서울행정법원을 방문해 4대강 소송 가운데 한강 소송을 맡은 재판장과 법원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재판부가 서둘러 심리를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잡는 등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대법원 규칙인 법관윤리강령을 보면, 법관은 재판업무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와 대리인 등 소송 관계인을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면담하거나 접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검 송무부장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에 따른 접촉 제한 대상임이 분명하다. 설령 재판부가 만나더라도 면담 일시와 내용을 면담 대장에 기록해야 하고, 소송 반대편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상응하는 면담 기회를 제공해야 마땅하다. 양쪽은 이 가운데 어떤 절차도 밟지 않았으니 부적절한 접촉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는 원고 쪽이 제출할 의견과 자료가 남아 있다고 주장하는데도 심리를 서둘러 종결했다. 4대강 소송은 정부의 일방적 사업 추진에 맞서, 시민 6000여명이 단체로 제기했다. 정부 대 시민사회의 첨예한 의견대립이 법정으로 옮아온 것인 만큼, 무엇보다 양쪽이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도록 기회를 보장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피고인 정부 쪽 의견만 받아들였다. 이런 터에 재판부가 심리 종결을 앞두고 검찰과 부적절하게 접촉한 사실마저 드러났으니 재판 진행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은 그렇잖아도 편법과 무리수로 잔뜩 얼룩졌다. 애초 환경영향평가 등이 부실했으며 사업 주체 선정, 농지 리모델링, 폐기물 처리 등 진행 단계마다 저질러진 파행은 일일이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고지만 점령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밀어붙이기와 절차적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빗나간 발상이 횡행해온 것이다. 이번 일로 사법부마저 그릇된 풍토에 가세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유감스럽다.
행정법원과 검찰의 부적절한 접촉 시비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두 기관의 해명과 적절한 조처가 있길 바란다. 국가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서 재판 진행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원고와 피고 양쪽의 의견을 고려해 재판 일정을 재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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