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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3 20:31 수정 : 2010.12.13 20:31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성명을 통해 추기경의 발언이 “생명과 평화라는 보편가치에 위배”되고 “주교회의의 결정을 함부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천주교 원로 사제들도 “주교단의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켰다”며 정 추기경의 용퇴를 요구했다. 천주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번 사태는 “주교단이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난개발의 위험을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는 안 했다.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다”는 정 추기경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잘한다면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나아가 “4대강이 올바로 개발되느냐 안 되느냐는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추기경의 발언은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주교회의는 오랜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 3월 4대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반대’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라는 용어를 쓰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창조주의 작품을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인적인 의견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변질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결코 올바른 처신이라고 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시작 때부터 온갖 편법이 동원됐다. 사업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확한 설계도면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에 들어간 곳도 있다. 준설토 처리, 문화재 발굴, 불법 폐기물 처리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바람직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정 추기경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감싸고 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정 추기경은 4대강 발언을 할 당시 “민심이 곧 천심이다. 백성의 일치된 소리가 하느님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국민 대다수의 4대강 사업 반대 의사와 주교회의의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추기경이 교단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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