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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7 20:38 수정 : 2010.12.17 20:38

오늘도 그립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대강 공사·천안함 왜곡…
암울한 현실에 던지는 희망

오늘도 그립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이철수 지음/삼인·1만2000원

“늦은 저녁에 뜰에 나가 앉았습니다. … 멀리 큰길에 흘러가는 자동차 불빛을 보면서 세상을 생각했습니다. 세상 아무리 더럽고 바빠도, 심을 것 심고 갈아엎을 것 갈아엎고 해야지! 하는 심사로 뼈마디가 아프도록 일하지만 세상을 다 잊고 살지 못합니다. 웬만해야지요! 거짓말! 마음에 와 있는 화두 같은 한마디가 그랬습니다. 거짓말! 거짓말로 지새는 온갖 권력들에게 나와 우리 시대를 맡겨 놓고 사는 하루하루가, 온몸이 아픈 고된 삽질과 흙일보다 더 힘듭니다. 진심으로 그랬습니다.”

제천서 농사지으며 그림으로 시를 쓰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매년 연말에 일상적 삶의 체험에 실어내는 고아하고 고원한 촌철살인의 시정세계 ‘나뭇잎 편지’ 여섯 번째 모음 <오늘도 그립습니다>는 유난히 쓸쓸하고 힘겨워 보인다.

“먹성이 좋은 벌레가 큰 강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 진물과 고름의 강이 이럴까? 이렇게, 국토의 죽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침묵의 공범이 된 우리는, 주검과 동거하는 엽기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4대강 죽이기’에 대한 탄식은 되풀이된다. “여주 강을 보았습니다. 보 막는 공사로 여강이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살린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영생을 말하면서 독살을 자행하던 사교집단을 생각했습니다. 가서 보시면 압니다.”

오늘도 그립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시퍼런 꽃잎들로 떠가는 천안함 희생자 추모도 거듭된다. “바닷속에서 젊은이들 숨이 끊어지는 동안,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 해명과 설명과 발표에 치를 떱니다. 눈에 훤하게 보이는 걸, 어렵지 않게 알겠는 걸, 숨기고 덮고….” 학교 어린이들 무상급식 소식엔 세금 더 내라면 기꺼이 더 내겠다고 했고, <친일인명사전> 발간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충분치도 못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 굴욕의 시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으며, 금융 투기세력한테 놀아나는 유럽 서민들 처지가 남의 일이 아니라며 걱정했다.

아이들에게는 놀 시간을, 어른들에게는 쉴 시간을 주지 않는 “우리를 부리는 무서운 주인”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그리하여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고통의 비명이 그치지 않는 … 그런 하루하루. 우리 시대”를 그는 슬퍼한다.

하지만 이철수 판화는 언제나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 시작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제 안에서 존재를 긍정하는 작은 빛을 찾아야 합니다.” “내 안에 있는 뭇 생명. 내 안에 있는 세계.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고 하는 그 마음이 가능성입니다. 한 걸음씩, 자신과 이웃을, 긍정하고 또 긍정해야 합니다. … 자기 이해와 욕심으로는 존재와 세계의 실상을 보지 못한다고 지혜로운 이들이 일러주셨습니다. … 욕심 하나씩 내려놓기. 조금 더 나누기. 더 많이 행동하고 저항하기. … 일상의 변화로 시작해야 합니다. 세상 눈치 보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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