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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구간인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에 자전거도로가 개설되면서 전원적인 강변 풍경이 인공적으로 바뀌었다. 사업 전인 지난 4월(위)과 사업 뒤인 10월에 같은 지점에서 찍은 풍경. 조성봉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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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섬진강 합해 1728㎞자전거도로 계획
170개 공구별 설계…정부, 구체적 구간 함구
환경부, 건설구간도 확인 않고 영향평가 종료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2년에는 전국에서 전원적인 강둑 풍경이 사라질 전망이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등 주요 하천의 강둑 위에 자전거도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4대강 마스터플랜’을 보면, 4대강과 섬진강 등의 자전거도로 전체 길이는 1728㎞에 이른다. 단절 구간 없이 상류에서 하류까지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강 305㎞, 낙동강 743㎞, 금강 248㎞, 영산강·섬진강 432㎞ 등이다. 현재 자전거도로는 4대강 사업의 공구별로 따로 설계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하나같이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다. 강둑 위 풀밭을 밀어내고 들어서는 회색빛 시멘트 강둑길은 녹색 강변 경관을 해치면서 전국 강변 풍경을 획일화시킬 전망이다.
섬진강의 전남 곡성~광양(52.6㎞) 강둑 가운데 이미 시멘트 포장이 마무리된 구간에선 이런 ‘풍경의 왜곡’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굽이쳐 흐르는 강, 둔치에 놓인 돌, 메뚜기 등 풀벌레들, 강둑으로 이어진 풀밭의 ‘풍경적 조화’가 시멘트길로 인해 깨진 것이다.
이 부근에 살면서 강둑의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한 조성봉(49)씨는 22일 “지리산을 보고 벌레 소리를 들으며 강둑을 거닐면 기분이 상쾌했었다”며 “자전거도로가 들어선 뒤 시멘트의 하얀빛이 반사돼 눈이 부담스럽고 지면이 딱딱해 걷기가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자전거도로를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경운기 등 차량 진입로가 강둑 바깥쪽으로 나 있어, 굳이 포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둑의 포장도로는 전원적인 풍경을 해치고 사람이 강변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1970년대 한강 서울 구간의 강둑에 도시고속도로인 강변도로가 개설되면서, 강변 둔치와 강둑 그리고 마을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공간 구조가 단절됐다. 그 뒤 한강은 자동차들로 막힌 인공적인 풍경으로 쉴 새 없이 바뀌어갔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는 자전거도로에 대해 “기존의 자연스런 강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을 기능적으로 끼워넣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위적인 포장도로 대신 올레길이나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 낫다”며 “전 국토의 강둑에 획일적으로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구체적인 자전거도로 건설 구간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경관 평가’를 하게 돼 있는 환경영향평가마저 지난해 종료돼, 별다른 제어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당시 환경부는 구체적인 건설 구간에 대한 설명도 듣지 않고 협의를 해줘 ‘부실 환경영향평가’ 논란을 빚었다.
‘4대강 살리기사업 추진본부’ 관계자는 “전국 170개 공구별로 설계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길이 날지 모른다”며 “설계를 하다가 발견되는 절벽이나 협곡 구간은 강둑이 아닌 마을이나 둔치, 농지 쪽으로 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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