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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 쇄신파는 ‘4대강 일방통행’부터 뜯어고쳐라 |
경북 구미·칠곡 지역 수돗물 공급 중단 사고에 이어 어제는 광주광역시에서도 단수 사고가 일어났다. 구미 광역취수장 가물막이 붕괴로 56만명이 사나흘씩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했고, 영산강 승촌보 공사 현장에서도 상수관로가 터져 90여가구가 같은 고통을 겪었다. 모두 4대강 공사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못 들은 척 공사 일정만 재촉하고 있다. 강바닥을 파면 물살이 빨라져 가물막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거듭된 지적에도 대비를 소홀히 하다 지난 1일 남한강 강천보와 이포보 사고에 이어 이번에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4대강 공사현장에서 19명이나 숨졌고, 관련 사고까지 포함하면 사망자가 모두 30명에 이른다. 이런 사고와 인명피해는 모두 임기 내 치적을 올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4대강 공사현장에서 세상을 떴는데도 대통령이나 관계장관이 겉치레로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말 한마디 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16개의 보가 거의 완공돼 가면서, 본류의 물 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해 지류에서 홍수 등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지류를 정비하지 않은 채 4대강 공사를 강행해, 일을 거꾸로 진행한 탓이다.
공사 완공 이후도 문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유지·관리에 5794억원, 수자원공사 조달비 8조원에 대한 이자 4000억원 등 매년 1조원 가까운 돈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과다한 사업비를 조달한 수공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4대강변 개발권 특혜를 주는 바람에 대규모 환경파괴와 부동산 투기도 우려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사망사고는) 본인 실수” 탓이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공사현장을 찾아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도 많지만 올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면 아마 모두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공사가 왜 ‘이명박식 일방통행’ 정치의 상징으로 불리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4대강 공사 초기에 “단계적으로 하자”는 등의 절충안을 내놓던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의 소장파 인사들도 지금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4대강 공사는 보가 만들어진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주변지역 막개발과 환경파괴, 수질오염 논란이 속속 불거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 정치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한나라당 쇄신파들은 4대강 문제부터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속도전 공사부터 자제시키고, 날치기 통과시킨 친수구역특별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 그런 다음 4대강 사업을 원점에서 진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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