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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피난 신세 경기 광주 곤지암천의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본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삼육재활병원에서 28일 오전 환자 보호자와 직원들이 환자의 짐을 휠체어에 실어 밖으로 옮기고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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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천 범람 현장 가보니
수십년전부터 홍수 피해
매년 제방 ‘땜질공사’만
지천정비 예산 210억 요청
도는 ‘반토막’ 90억만 배정
흙탕물을 뒤집어쓴 차들이 주차장에 뒤엉켜 나뒹굴었다. 승용차 지붕엔 트럭이 올라탔다. 수술실과 치료실, 방사선실, 원무과 등 모든 진료시설이 진흙으로 뒤범벅돼 ‘쑥대밭’으로 변한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삼육재활센터.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장애인 재활치료 및 요양시설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휠체어가 곳곳에 처박혀 있었고, 재활작업실은 폭탄 맞은 듯 각종 기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200여명의 장애인들은 수돗물이 끊기는 바람에 식사는 물론 대소변도 자유롭게 해결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저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수마의 악몽을 떼어내려 애쓰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27일 오후 1시30분 광주시 동북부를 지나 팔당호로 흘러드는 곤지암천 둑을 넘어온 흙탕물은 순식간에 4만9587㎡의 삼육재활센터를 휩쓸었다. 재활병원, 요양원 등 6개 건물(406병상)이 최소 1.5m 이상 물속에 잠겼던 센터는 더는 재활을 꿈꾸는 장애인들의 삶터가 아니었다.
한 사회복지사는 “지난해에도 홍수 피해가 있어 재활센터 앞 곤지암천 제방 공사를 한다고 했는데, ‘찔끔 공사’에 그쳤다”며 “침수 피해가 뻔한데도 이를 방치해 500여명에 이르는 환자와 장애인들이 고통 속으로 떠밀렸다”고 당국을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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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천·경안천 폭우피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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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야전병원만도 못한 처지가 된 재활센터에 남은 환자들은 기능을 잃은 하수관 때문에 악취가 진동하는 병상에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복구를 기다리며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민오식(60) 재단이사장은 “피해 규모가 너무 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복구에 한달 이상은 족히 걸리겠지만 고가의 의료장비 등에 대한 피해를 감안하면 제 기능을 되살리는 데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폐허가 된 병원에서 만난 한 50대 장애인 환자는 “가장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이런 재앙까지 덮쳐 절망스럽기까지 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광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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