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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5 21:00 수정 : 2012.06.05 21:47

건설사 ‘4대강 공사’ 담합
2009년 국회서 첫 제기
한달뒤 “포착” 국회답변
청와대 개입으로 말바꿔
이후 2년여 “모니터링중”

공정거래위원회의 4대강 담합 제재는 2009년 10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처음 의혹을 제기한 지 2년8개월 만에 이뤄져 청와대 눈치보기를 하다가 늑장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지만, 그동안 보여준 ‘오락가락 행보’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석현 의원은 2009년 10월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짬짜미(담합) 의혹을 제기했고, 한달 뒤에는 기자회견에서 “6대 대형 건설사들이 2009년 5~7월 서울 호텔과 음식점 등에서 수차례 회의를 열어 1차 사업 15개 공구를 1~2개씩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했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이에 대해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수가 적고 낙찰률이 높으며 1~2순위의 입찰금 차이가 적은 점에서 상당한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맞장구쳤다. 공정위는 열흘 뒤인 2009년 10월 중순 바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2009년 11월11일 국회 답변에서 “현장조사를 통해 담합 관련 정황을 포착했다”고 결정적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는 하루 만에 뒤집힌다. 박재완 당시 국정기획수석은 국회에서 “정 위원장 발언은 와전된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결국 공정위가 13일 긴급 해명자료를 내놓으면서, 청와대 입김으로 말 바꾸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계자들의 발언이나 상황을 종합해 보면, 공정위는 2010년 초에 이미 현장조사를 마쳤고, 이후 법리 검토와 보강조사에만 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셈이다. 공정위 김석호 카르텔국장은 2010년 2월 국회에서 “건설사들을 세 차례 조사했다”고 확인했다. 정호열 위원장은 같은 해 10월 “담합 의혹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후임 김동수 위원장도 2011년 3월 국회에서 “담합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에는 “조사를 가급적 빨리 결론내겠다”며 조사가 마무리 단계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종 제재는 다시 9개월이 흐른 2012년 6월에야 이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처음 조사 때부터 담합 혐의가 포착됐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보강조사와 법리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의원은 “조사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공정위가 청와대의 말에 왔다갔다하면서 정략적으로 시간을 끌어온 탓”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을 예정 시간 안에 마치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공정위 조사를 늦춘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승섭 간사도 “이제 공사가 다 끝났고,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임기 내에 털고 가자’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통상 담합사건은 조사 기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명한다. 공정위 간부는 “해당 건설사가 많은데다 협력업체, 설계회사, 식당까지 점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안팎에서는 다른 얘기도 들린다. 공정위 관계자는 “턴키사업 담합은 설계비만 확인하면 입증이 어렵지 않다”며 “낙찰 예정자는 통상 외부 전문설계업체에 수억원 이상을 주고 제대로 설계를 하지만, 들러리 업체들은 훨씬 적은 돈만 쓴다”고 말했다.

경제검찰 구실을 하는 공정위는 3년 전 4대강 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막대한 국가예산이 소요되는 중대사업인 만큼 담합으로 인한 예산 낭비가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담합 방지는커녕 뒷북만 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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