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실측조사부터”
“새정부도 해결의지 보여야”
예견된 재앙을 사전에 막아내지 못한 대가는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과 ‘토건족’이 총동원돼 강을 파헤쳐 놓은 탓에, 마땅한 복원 방법을 고민하는 것조차 막막한 상황이다.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4대강 사업의 후속 조처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감사원 결과 발표에만 매달리지 말고, 하루빨리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4대강 보의 전면 또는 부분 해체 등 재복원 정책 결정을 위해선 사전에 보 붕괴 위험을 포함한 진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실측조사가 급선무라는 점에서다.
사업 초기부터 강력 반대 뜻을 밝혀왔던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현재로서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학계와 정부, 국회가 함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의견은 감사원 조사 결과의 한계성과 얽혀 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은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은 했지만, 이는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보의 파이핑(땅속으로 침투한 물로 인해 바닥에 파이프 모양의 물길이 생기는) 현상, 누수 현상 등 보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를 벌이지 않았고, 생태계 파괴, 수질 문제도 수치 위주로 피상적인 문제점만 제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정부가 4대강 사업 완공 당시 만들었던, ‘4대강 준공대비 특별점검 보고서’에서 대부분 지적된 내용이다. 당시에는 ‘그럼에도 안전하다’고 평가한 것을, ‘위험성이 높다’고 바꾼 것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도 “사실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이 많아 중립적인 전문 조사위원회 같은 데서 먼저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봐가면서 나중에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요구하는 등 4대강 사업의 진상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공론화에 나설 방침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벌여 현 정부의 과장과 왜곡, 편법의 실체를 밝히고 특검을 통해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 열릴 임시국회에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국정조사 뒤에는 ‘4대강 특검’을 제안할 계획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의지를 담은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임기가 30여일 남은 이명박 정부만의 문제로 국한시킬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법학)는 “감사원이 이 타이밍에 발표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덮어서는 안 된다. 국민 전체에게 엄청난 숙제가 남겨진 것이므로, 박근혜 당선인이 의지를 가지고 4대강사업대책본부 설치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현웅 하어영 김정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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