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29 16:49
수정 : 2017.08.21 10:43
오늘날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게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은 제어되지 않는 신념으로 가득찬 공산주의자들, 자본주의적 부패에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은퇴한 당 간부들, “중국의 기적”의 낙오자인 프롤레타리아들, 땅을 빼앗긴 농민들, 일자리를 잃고 생존 수단을 찾아 방황하는 노동자들, 폭스콘 같은 기업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 부정의와 모욕으로 고통받으며 기댈 곳 없는 모든 이들이다.
슬라보이 지제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 교수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의 많은 이들은 러시아가 20~25년 안에 다른 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초강대국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갈등도 급증하고 있었다. 같은 문제가 오늘날의 중국을 감싸고 있다. 중국의 사회적 갈등은 급속한 경제 발전 뒷면의 어두운 부분이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게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은 제어되지 않는 신념으로 가득찬 공산주의자들, 자본주의적 부패에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나이들고 대부분 은퇴한 당 간부들, 그리고 “중국의 기적”의 낙오자인 프롤레타리아들, 땅을 빼앗긴 농민들, 일자리를 잃고 생존 수단을 찾아 방황하는 노동자들, 폭스콘 같은 기업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 부정의와 모욕으로 고통받으며 기댈 곳 없는 모든 이들이다. 그들은 종종 마오쩌둥의 어록이 쓰인 포스터 등을 들고 집단 시위에 나서는 데, 경험 많은 간부들과 잃을 게 없는 가난한 이들이 결합할 때 잠재적으로 얼마나 폭발적인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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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중국 광둥성 혼다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 경제대국이자 강대국으로 우뚝선 중국 한켠에서 성장에서 소외된 노동자, 농민들의 파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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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권위주의적 체제가 조화를 보장하고 자본주의적 동력을 통제할 수 있는 안정된 나라가 아니다. 매년, 수천 수만의 노동자, 농민, 소수자들의 혼란스러운 저항이 경찰과 군에 의해 진압된다. 당연히 공식적인 정부의 선전은 집요하게 조화사회란 주제에 집착한다. 이런 집착이야말로 그 반대편의 증거, 혼란과 무질서의 위협을 증언한다. 여기에 스탈린주의 해석학의 기본 법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관영언론이 공개적으로 문제들을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감지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은 국가의 정치선전에서 과도한 긍정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조화가 강조될 수록, 거기에는 더 많은 혼란과 갈등이 있다. 중국은 갈등과 폭발할 위험이 큰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불안정으로 가득하다.
이런 배경을 이해해야만, 중국 공산당의 종교적인 정치를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유교에 대한 존중과 종교적 믿음에 반대하는 새로운 캠페인의 기묘한 혼합이다. 믿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상 공산주의 ‘신념’에 대한 공포, 공산주의의 보편적인 해방적 메시지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다. 의미심장하게도 사람들은 매일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폭발하고 있는 이런 기본적인 계급 갈등이 중국 당국의 이데올로기 캠페인에서 어떤 식으로든 언급되는지 살펴보지만 이는 헛된 시도다. “프롤레타리아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한 언급은 없다. 모든 분노는 외국의 적을 향하고 있다고 사회과학원 왕웨이광 원장은 말한다. “서구의 어떤 국가들은 그들의 가치를 ‘보편적 가치’라고 선전하며, 자유, 민주, 인권에 대한 그들의 해석이 모든 다른 나라들이 반드시 준수해야할 표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구의 모든 구석구석까지 자신들의 제품을 팔고 확산시키기 위해 어떤 대가도 마다하지 않으며 장막의 앞과 뒤에서 ‘색깔 혁명’을 부추긴다. 그들의 목표는 다른 체제에 침투해 파괴하고 전복시키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적대세력들이 ‘보편 가치’라는 용어를 이용해 중국 공산당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먹칠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 인민들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비난하게 만들려는 목표를 가지고, 서구의 가치체계를 중국을 변화시키는 데 이용하려 한다. ”
위에 인용한 발언은 일부 올바른 관점들을 담고 있지만, 일부 진실이 전 지구적 거짓을 은폐하는 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서구 강대국들이 홍보하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의 보편가치를 순진하게 믿을 수 없으며, 그들의 보편성은 특정한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을 감추고 있는, 가짜 보편성이라는 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서구의 보편적 가치가 거짓이라고 해서, 유교적인 “중화”의 주류 이데올로기 같은 특정한 삶의 방법으로 거기에 맞서는 것만으로 충분한까? 여기서 궁극적인 아이러니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실제론는 (자본주의적 특색을 가진) 시장 경제의 사회주의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즉 중국을 글로벌 시장에 완전하게 통합시키는 사회주의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보편성은 손상되지 않고 남아있으며, 침묵 속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체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교적 조화의 프로젝트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동력으로부터 비롯된 갈등을 통제 하에 두기 위해서만 동원된다. 마오쩌둥은 중국이 유교에서 멀어질 때만 진보할 수 있다고 여러차례 이야기했다. 지난 과거는 그가 틀렸음을 증명하지 않았냐고? 최근 국가의 후원을 받은 유교의 승리에 찬 귀환이야말로 계속되고 있는 거침 없는 자본주의 발전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 형태 아닌가? 피상적으로는 그 말이 맞다. 그러나 좀더 깊은 층위에서 보면 틀렸다. 오늘날 국가가 후원하는 유교는 무엇인가에 대한 반응의 형태, 중국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폭발적인 동력을 통제하고 규제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회주의에서 남은 것은 중국공산당이 자본주의 세계화에 의해 나타난 갈등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교의 “민족주의적 색채” 뿐이다. 그런 민족주의적 색채의 사회주의-민족주의적 사회주의의 사회적 지평은 자국의 애국주의를 홍보하는 사회주의이며, 자본주의적 발전으로 인해 나타난 사회 곳곳의 갈등을 사회 조화를 위협하는 외국의 적에게 투사하는 사회주의이다. 중국 공산당이 애국주의적 정치선전을 통해 목표로 삼은 것,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 부르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대안적 근대성” 즉 계급투쟁 없는 자본주의이다.
이러한 전술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안전하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조화로운” 유교 중국의 비전이 아니라, 바로 이런 다가올 실패이다.
번역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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