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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31 10:24 수정 : 2017.08.31 10:29

버블 앤 코클스의 실내. 백문영 제공

[ESC] 재미급속충전소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버블 앤 코클스의 실내. 백문영 제공

하루가 멀다 하고 ‘처음처럼’과 ‘참이슬’, ‘소맥’(소주+맥주)을 마시는 생활이지만, 가끔은 조용한 곳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며 ‘우아해지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단체 카톡방에 ‘한남동으로 오라’는 통보를 남기고 발걸음도 가볍게 한강진역에서 내린다.

한남동 제일기획빌딩 맞은편 작은 골목에는 ‘버블 앤 코클스’라는 제철 해산물과 각종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고만고만한 통장 사정을 생각하면 파인 다이닝(고급 정찬) 레스토랑은 답도 없고, 큼큼한 냄새 배는 고깃집이나 ‘각 잡는’ 딱딱한 분위기의 식당도 싫을 때 이곳만한 곳이 없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듯 어두컴컴한 계단을 신기해하는 마음으로 내려가면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널찍한 원목 테이블과 은은한 촛불 덕에 ‘두 배는 예뻐 보이는’ 인테리어 역시 까다로운 친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등 공신이다.

며칠 전 도착하자마자 목이 타 일단 차가운 스파클링 와인 한 병과 ‘샬롯 비네거를 곁들인 통영산 참굴’을 급하게 주문했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셰어링 플레이트’, 2인이 먹기 좋은 ‘스몰 플레이트’, 푸짐한 양의 ‘라지 플레이트’가 있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이들은 늘 안주발을 세워 양이 성에 안 찬다. 반대로 술꾼들은 알코올을 폭풍흡입하는 통에 안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들이 함께 식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이 메뉴 고르기. 두 이해관계의 합의점을 영리하게 제시한 구성이다. 스노 크랩(대게), 새우, 가리비, 훈연 고등어 등으로 꾸린 ‘그릴드 시푸드 플래터’와 성게알과 프로슈토(이탈리아 햄 종류 중 하나), 아보카도 등이 한 접시에 푸짐하게 나오는 ‘성게알 플래터’를 골랐다. 안주도 준비됐겠다,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면서 손과 입이 바쁜 시간을 보내자 어느새 한 병이 사라졌다. ‘병에 구멍이 뚫렸나?’ 우스갯소리가 입술을 타고 튀어나왔다. 가지고 온 화이트 와인도 칠링(냉각) 박스에 담갔다. 버블 앤 코클스는 테이블당 1병까지는 코키지를 받지 않는다.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해산물로 조리하는 계절 메뉴도 놓치면 안 된다. 그날 ‘오늘의 메뉴’는 ‘갈릭 크럼블을 묻혀 튀긴 전어’. 그냥 구워 먹어도 맛있는 전어에 갈릭 크럼블을 더하니 맛이 없을 턱이 없다. 점점 신이 나니 탄수화물 메뉴도 시켰다. 큰 쟁반만한 접시에 산처럼 쌓아올린 ‘봉골레 스파게티니’까지 다 먹고 나자 어차피 취했겠다, 든든하게 고기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등심 스테이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미국 소노마 지역의 레드 와인 한 병 추가!

지구가 멸망할 정도의 수다와 차분하게 비어버린 접시 다섯 장 그리고 와인 3병. 이렇게 또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의 밥벌이를 위해 헤어지면서 하는 말, ‘자세한 건 카톡으로 얘기해!’

백문영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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