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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 안팎의 생계비 지원을 받는 서울 상계4동 양지마을 진남순 할머니는 겨울만 오면 한달 20만원씩 하는 기름값 걱정을 해야 한다. 또 돌아다닐 곳이 없어 하루종일 방 안에서 생활하자니 적막하다고 말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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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기자 달동네에서 한달] ⑥노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양지마을에서 만난 10명의 65살 이상 독거노인들은 그나마 절대빈곤의 위기에서는 벗어나 있다. 30만원 안팎의 생계비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의료도 어느 정도 무료 서비스를 받는다.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 수급권자 기준을 조금씩 완화하면서 65살 이상 수급권자 수는 2002년 30만명 미만에서 지난해 36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차상위 계층 노인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를 살고 있다. 절대빈곤선을 약간 넘어서는 벌이가 있거나 자녀가 있으면 생계비 지원은커녕 의료 혜택도 거의 없다. 명색은 빈곤층이 아니지만, 실상은 빈곤층보다 더 가난한 삶을 살기 십상이다. 통계청의 2003년 국민생활실태 조사자료를 보면, 65살 이상 차상위 계층 노인은 135만여명이었다. 그동안 6만여명이 새로 수급권자 혜택을 얻었다고 해도 남은 129만여명은 여전히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있는 셈이다. 2008년 도입 기초노령연금 액수 적어빈곤지원 한계 일자리도 청소 등 한시적 이들을 위해 최근 추진되는 정책이 ‘기초노령연금’이다. 2008년부터 70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이 하위 60%인 180만여명에게 한달 8만9000원씩 연금을 주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혜택 범위는 넓혔지만 연금 액수가 적어 빈곤 노인 지원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명호 도시연구소 부소장은 “장기적으로 연금 액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쉽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노인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빈곤 노인을 위해 8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대부분 여섯달 이하의 짧은 일자리였다. 현외성 경남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시니어 클럽, 복지 공장 등 여러가지 사업이 있지만, 대부분 장기적인 소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양지마을이 자리잡은 서울 노원구에서도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은 노원실업자사업단이 노동부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사업이 유일하다. 10명의 노인이 학교 세 곳, 복지관 한 곳, 공부방 한 곳 등을 청소하고 있다. 시행 3년째를 맞으면서 안정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여광철 활동가는 “고령의 노인들이 참여하는데, 노동부에서는 수익을 남기는 모델로 서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생계 지원이나 일자리를 통해 가까스로 절대빈곤을 벗어난 노인들도 ‘행복한 노년’과는 거리가 멀다. 양지마을에서 만난 대부분의 노인들은 외로움과 박탈감부터 호소했다. 상계4동 나눔의 집에서 의료지원을 받는 노인 25명 가운데 7명은 신경정신과에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다. 송제형 나눔의 집 사무국장은 “많은 노인들이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430억원을 투입해 독거노인들에게 상담·방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1만명 가량의 도우미들이 전국 78만명 독거노인들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계획도 한나라당이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물 건너갈’ 확률이 높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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