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15 15:38
수정 : 2017.09.15 16:32
2013년 염동열 쪽 작성한 청탁명단에 포함
6명 추천해 1명 합격…“추천했지만 누군지 몰라”
“너도나도 없이 관행처럼 청탁” 대가성은 부인
“여기 와서 당시 사회지도층 중에 청탁 안한 사람 있는지 한번 물어봐라.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원도 한 현직 군의원이 <한겨레>에 강원랜드에 채용청탁을 했다고 말했다.
2012~13년 강원랜드에서 발생한 ‘초대형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청탁사실을 인정한 첫 사례다. 다만 이 군의원은 “정확히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청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돈을 받거나 어떤 대가를 받고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 의원은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쪽이 지난 2013년 1월 작성한 강원랜드 채용 청탁 명단에 지원자 6명의 추천자로 이름을 올렸다.(
[단독] 염동열 ‘강원랜드 채용 청탁’ 55명 명단 입수) 이 가운데 합격자는 1명이었다. 이 의원은 2010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처음 군의원이 됐으며 염 의원과는 “지역구 의원이라 아는 사이”라고 했다.
본인이 ‘추천’했다고 적힌 6명에 대해선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한 그는 2012~13년 당시 채용 청탁이 광범위했고, 본인도 여러 ‘채널’로 청탁을 시도하거나 했다고 고백했다. <한겨레>는 당시 “400~500명의 청탁자가 응시자 1000명가량을 청탁했다”는 강원랜드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한 바 있다. 군의원의 이야기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밑단에서 보여준다.
“그때는 지역에서 너도나도 없이 관행처럼 (청탁을) 했다. (나도) 누구한테 (청탁 명단을) 전달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강원랜드) 인사팀장에게 요구하려 했는데 계속 전화를 안 받더라. 결국 전달을 못했는데 강원랜드 채용이 여러 차례 있었잖아. 그 가운데 뭐가 하나 (염 의원실 쪽에)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청탁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전달 경로 등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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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청탁 관행을 지역의 특수한 사정과 연결시켰다. 또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 자체가 폐광 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아버지들이 광산에서 실직을 당했다. 강원랜드가 설립된 뒤 자녀들이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얘들이지만 부모들이 (채용을) 부탁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
“그때는 이런 청탁이 죄가 되는지도 모르고 했다. 금전을 받았거나 하면 영창에 가야 하지만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그 친구들 얼굴도 모르고, 아버님들한테 커피 한 잔 얻어먹은 적도 없다.”
‘청탁 연줄이 닿을 정도면 지역에서 힘 좀 쓰는 사람들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힘이 있으면 본인들이 직접 청탁을 했을 것이다. 내가 추천했다는 사람 6명 이름을 쭉 대는데, 그 친구 아버지들 직업이 뭔지 살펴봐라. 힘 있는 얘들이 청탁했다면 내가 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다른 기초 의원은 이 정도의 끈을 갖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채용 청탁을 당시 관행이라고 하는데, 지역의 기초 의원에게 채용 청탁을 하려면 끈이 있어야 한다. 군의원이든 시의원이든 선거 때 도와줬다든가 하기 때문에 부탁을 할 수 있다.”
2012~13년 강원랜드는 518명의 신입사원을 뽑았고 493명(95%)이 청탁자와 연결됐다는 게 이후 강원랜드 감사결과다. 당시 전국에서 5200명이 지원했다. 청탁의 힘이 약했거나 그마저도 없던 이들, 그러한 지역사정을 알지못한 4600여명이 떨어진 셈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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