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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2 10:55 수정 : 2017.11.02 11:01

웹소설 읽어주는 남자

대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첫 회식 자리. 즐겁게 고기와 술을 먹은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2차로 노래방 갑시다!’를 외쳤다. 노래방에서 록밴드 버즈, 와이비(YB) 등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평소 스냅백을 눌러쓰고 얌전히 일만 하던 두 친구가 일어났다. 그러곤 발라드도, 록도 아닌 노래를 불렀다. 힙합이었다. 몸이 리듬 따라 저절로 움직였다. 그 노래는 남성 힙합 가수인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Go Back)이었다. 2000년대 초 일이다. 힙합을 따라 부르고 몸을 흔드는 이들을 처음 보고는 신기해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다. 나는 ‘고백’ 같은 메이저 노래 말고, 언더그라운드라고 불리는 ‘힙합 신’이 있는 것도 알 정도가 됐다. 돌이켜보면 굵직한 사건도 많았다. 몇 년 전 힙합 가수들끼리 서로 비난한 ‘컨트롤(Control) 대란’부터 해마다 이슈를 낳는 <엠넷>(Mnet)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까지.

그런데도 힙합에 대해 완벽히 알기는 무척 어렵다. 욕설과 스왜그, 게토, 리스펙트… 수많은 말들로 점철된 이 문화는 아직까지 낯설기만 하다. 더군다나 힙합 문화 발상지의 아티스트까지 섭렵해야 ‘진짜 리스너’라고 하니, 이를 어쩐다.

이런 우리에게 힙합을 ‘글’로 가르쳐 주는 소설이 있다. 단순히 팬의 처지에서 자료 등을 정리해서 쓴 어설픈 글이 아니다. 랩을 녹음하고 크루(팀원) 활동까지 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생생한 증언이다. 작가 ‘샤이나크’의 <더 랩스타>가 그것이다.

38살의 성공한 사업가 이상현은 교통사고를 당한 뒤 18살 청소년으로 회귀한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고 여동생과 단둘이 남은 상황. 돈에만 매달렸던 과거의 생을 후회하고, 이번 생에서는 꿈이었던 음악을 위해 달려간다. 마음을 뒤흔드는 목소리와 20년 앞선 경험으로, ‘힙합’이 아직 낯선 한국에서 그는 돌풍을 일으킨다.

소설에는 단순히 힙합 리듬과 가사만 나오지 않는다. 소설 속 캐릭터 이상현은 꾸준히 ‘게토’와 ‘한국’에 맞는 힙합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나름의 답을 내놓는다. 힙합 가사에 나타나는 상징 코드를 시와 연결 짓기도 한다. 이는 작가 개인의 개똥철학이 아니라 최근 힙합문화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을 앞서 진단한 예측이었다. 2014년 프로젝트 그룹 ‘포에틱 저스티스’를 통해 시인 김경주와 래퍼 ‘엠시 메타’,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시를 랩으로 선보이는 ‘포에트리 슬램’이란 공연을 연 적이 있었다. 이런 현실의 장면이 <더 랩스타>에서 잘 그려진다. 대중문화 장르에 대한 고민을 대중문화 장르(웹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서울이 아니라 전라도 광주에서 시작된 지역 서사란 점도 독특하다.

이융희(장르소설 작가 겸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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