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29 09:00
수정 : 2017.11.29 11:18
[애니멀피플] 내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맘 좋은 캣맘·캣대디 눈여겨보다가
자기 새끼를 인간에게 맡기는 고양이들
그들은 우리를 보고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온 세상이 그로 보인다. 어디를 가도 고양이가 보였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니체를 만나게 된 사연이 나에게만 있는 특별한 경험인 줄 알았는데, ‘캣맘’들을 만나보니 그게 아니었다. 고양이를 수십 마리 키우는 친구를 알게 되어 내가 니체를 만난 사연(운명처럼, 전생의 니체와 살로메가 만났다 참조)을 이야기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저도 그랬어요. 계속 고양이들이 제 발밑에 자기 새끼를 두고 가는 거예요. 제가 일부러 구조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길고양이들이 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이유를. 엄마 고양이가 자기 새끼를 인간에게 맡기는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이 아이를 살릴 수 없어요. 당신이 맡아주세요.”
이 세상 어느 생명이 자기 자식을 모르는 사람에게 주겠는가. 니체의 엄마는 자기 구역에서 밥을 주러 다니는 착하게 생긴 남자를 관찰했을 것이다. 우리 인간만 고양이들을 보고 있고,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들도 우리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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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무릎 위를 최고로 사랑하는 고양이 니체. 평소 도도한 고양이지만 이럴 땐 행복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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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고 한다. 고양이의 서식지를 ‘콜로니’라고 하는데 보통 인간들이 사는 인구밀도와 상관이 있다. 간혹 밤에 고양이들이 몰려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시위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도 서로 소통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증거다. 그들만의 ‘단톡방’은 공원에서, 빈집에서, 사람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은밀히 만들어진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세탁소 골목 얼큰이: 인간이란 족속은 너무 짜증 나 .
다리 긴 노랭이: 밥을 줄 때는 좀 괜찮은 거 같은데 .
세탁소 골목 얼큰이 : 이상한 인간도 많아 저번에 옆 동네에선 밥에 약 타고 그래서 다 죽었잖아.
코 밑 점박이: 에구머니나 . 어디야 ? 우리도 조심하자 .
얼큰 젖소냥이: 요새 우리 동네 밥 주는 여자는 좀 괜찮은 것 같아.
젖소냥이 옆집 노랭이: 그래 ? 그 여자가 주는 밥은 좀 맛이 없던데.
코 밑 점박이: 그럼 어디가 괜찮아 ?
젖소냥이 옆집 노랭이: 그 파란 지붕 단독주택에 사는 여자, 그 여자는 좀 좋은 밥을 주는 거 같아 . 가끔 캔도 줘.
니체의 엄마는 아팠을까. 왜 자기 아이를 인간에게 놓고 갔을까. 그들은 인간 거주지 근처에서 밥을 얻어 먹을 수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유용함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인간이 고양이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는 것까지 알지도.
니체 엄마: 우리 아이가 요즘 아파 . 어쩌지 ?
옆 동네 아재 고양이: 인간들 사는 곳에는 독한 냄새 나는 곳이 있어. 그 집 주인은 우리에게 무서운 송곳 같은 것을 가끔 찌르기도 하는데 . 아프지만 그거 맞으면 병이 낫기도 하거든 .
니체 엄마: 아 그래 ? 그럼 거기 어떻게 가면 되는데 ?
옆 동네 아재 고양이: 동네에 만만한 ‘호구’를 찾아 . 보통은 우리에게 밥도 주는데 그 냄새 나는 곳 주인이나 친구들도 알 거야 .
니체 엄마: 다 나으면 다시 데려올 수 있어 ?
옆 동네 아재 고양이 : …….
이 세상 모든 엄마는 강하다. 자기 아이가 어디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나는 니체와 함께 지내게 된 이후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고양이들이 나를 보고 있는 거다. 마치 이런 느낌으로
‘너냐?’(=우리 동네 호구(캣대디)가 구조한 고양이를 위해 카드 대금을 지불한 인간이 너니?)
글·사진·그림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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