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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시민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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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신현호의 차트남
(마지막회) 책과 아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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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시민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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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 나라 가운데 6번째로 적어 청소년기 책에 많이 노출될수록
인지능력 향상…소득 상승 효과도 집에 책 비치 어려운 가정 위해
공공도서관·독서프로그램 확대를 유사한 연구가 더 있는데요. 이탈리아 파도바대학의 경제학자 조르조 브루넬로 등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책 보유량과 소득에 관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책은 영원하다: 어린 시절 생활조건, 교육 및 평생소득’, <이코노믹 저널>, 2016) 이들은 2010년 유럽연합이 조사한 건강, 노화 및 은퇴 조사(SHARE)를 이용하여, 1920~1950년 사이에 유럽에서 태어난 남성 노인 6천명을 대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소득이 높아지는 효과는 여러 연구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관찰되는데, 이들의 연구에서도 학교교육을 받은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평생소득이 9% 늘어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효과는 균일하지 않아서,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전혀 없었던 그룹(10권 이하)의 경우 소득 상승 효과는 5%에 불과했지만, 그보다 책이 많은 가정에서 자라는 그룹(11~200권)의 경우에는 이 효과가 21%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을 기초로 해서 이들은 교육 기간을 강제로 늘리는 의무교육 확대 정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두 연구를 보면 집에 책을 쌓아두는 것은 허영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령 ‘츤도쿠’가 부모의 허영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책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인지능력이 개선되고 성인이 된 뒤의 소득이 높아진다면 꽤 괜찮은 투자가 아닐까요? 공공도서관의 중요성 하나만 더 생각해보죠. 경제적 어려움이나 공간의 협소함 때문에 집에 책을 비치하기 어려운 가정도 많이 있을 텐데요. 이들을 위한 제도는 무엇보다 공공도서관이 아닐까요? 지난 7월 미국 롱아일랜드대학의 경제학자 파노스 무르두쿠타스는 <포브스>에 ‘아마존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공공도서관을 없애야 한다’는 칼럼을 썼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사서와 도서관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도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공적 자원이고 이를 통해 특히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큰 혜택을 보는데, 이 무슨 망발이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포브스>는 부랴부랴 관련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공공도서관이 미국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한 국제성인역량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족은 평균적으로도 책 보유량이 적은 편이지만, 5권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무려 23%에 이르러서 가정에서 책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완적으로 공공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지역적으로 꽤 편차가 큰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그림3)에서 보듯 우리나라를 규모에 따라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으로 나누면 책과 관련한 모든 지표에서 읍면이 좋지 않은데, 특히나 공공도서관 이용률이나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는 독서프로그램 참가율은 특히 열악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지원을 할 때 조금 더 긴 시각에서 공공도서관의 확대와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추신] 지난해 11월25일 ‘딸 효과’라는 제목으로 딸을 키우면서 변화하는 아빠들의 생각과 행동을 소개하며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가 시작된 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갔고 이번이 마지막 글입니다. 그간 글을 쓰면서 국내외 여러 학자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딱딱할 수도 있는 글을 읽고 의견을 준 독자 여러분,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공유해주신 분들께는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다들 감사드리고 이제 차트 읽어 주는 남자는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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