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다시 없길
올해 기억해야 할 사건들을 꼽아보자니 우리 사회의 밝은 면을 비추기보다 어두운 면을 들춘 쪽이 더 많았다. 평화를 위협하고, 정의를 짓밟고, 사람의 존엄을 훼손한 사건들이다. 14개 항목으로 다 아우를 수 없는 슬픔이 길게 흐른 한 해였다.
북핵-사드,
반복되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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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인 9월7일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포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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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채용비리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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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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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꽃다운 학생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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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현장실습 중 숨진 고 이민호 군의 추모집회에서 고교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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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바게뜨,
갑질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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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청년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대책위워회‘ 회원들이 1일 낮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리바게뜨 양재동 본사 앞에서 합자회사(직접고용포기각서) ‘철회서‘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강압으로 작성된 합자회사전직동의(직접고용포기각서)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파리바게뜨 본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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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초유의 수능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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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북 포항에 발생한 규모 5.4지진으로 기울어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가재도구들을 꺼내고 있다. 포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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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키운 화마,
제천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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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두손스포리움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관, 가스안전공사 등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제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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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지옥’ 된
타워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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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용인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동원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전날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의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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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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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4명의 신생아 가운데 3명의 혈액에서 나온 시트로박터 프룬디(시트로박터균)가 같은 유전자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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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사육이 낳은
달걀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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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와 식약처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25곳을 추가로 발표한 17일 경기도 양주시 한 농장에서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관계자들이 달걀 전량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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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예산,
그들만의 특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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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받는 등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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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성애[%%IMAGE11%%] 올해 성소수자인권 침해 논란을 빚은 육군 수사가 진행됐다. 일부 기독교인들도 동성애에 대한 공격에 나서 논란이 됐다. 육군은 지난 4월 군형법을 빌미 삼아 사실상 성소수자 색출에 가까운 인권침해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수사를 벌인 육군은 성소수자 군인을 먼저 찾아낸 뒤 ‘항문 성교’를 금지한 군형법 92조의 6을 적용하는 식의 수사를 벌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서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조항은 현재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헌재 심판 때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기독교계와 보수정당의 공격을 받았다. ‘동성애 혐오’ 프레임에 밀려 김 후보자는 끝내 낙마했다.
혐오를 혐오한다
인간의 탈을 쓴[%%IMAGE12%%] 지난 10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씨는 희귀병으로 어금니만 남은 상태에서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딸을 극진히 아끼는 아빠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딸 치료비로 많은 기부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9월 자신의 딸에게 초등학교 동창을 중랑구 집으로 데려오게 해 수면제를 먹이고 음란행위를 하다가 다음날 의식이 돌아온 피해자를 살해하고 주검을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딸 이양은 친구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건네고 주검 유기를 도왔다. 당시 경찰의 초동대응 실패가 피해자를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나 비난이 컸다.
어금니 아빠
두 소녀의[%%IMAGE13%%] 10대 2명의 잔혹한 초등학생 살인극에 전 국민이 분노했다. 지난 3월29일 김아무개(17·인천시 연수구)양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2학년 ㄱ(8)양을 유괴·살해한 뒤 주검을 훼손해 유기했다. 주검의 일부는 공범인 박아무개(18)양에게 건넸다. 1심 재판부는 김양과 박양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해자를 가리켜 “그거 잡아왔어”라고 말하는 등 인명을 경시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 축소에만 급급한 이들의 태도에 재판부가 소년법 대상에게 적용 가능한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법감정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사건을 계기로 64년 만에 형사처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에 나섰다.
초등생 살인사건
‘김정은 이복형’[%%IMAGE14%%] 지난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마카오행 항공기를 타려던 45살 남성이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다 숨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었다. 주검에선 대량파괴무기(WMD)로 분류되는 신경성 맹독 물질 브이엑스(VX)가 검출됐다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발표했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공항 한복판에서 대낮에 화학무기를 사용해 벌인 ‘암살’은 충격적이었다. 말레이시아와의 외교적 대치 끝에 주검은 북한으로 보내졌고, 법정에 선 베트남 여성 용의자들은 “속아서 한 행동”이라 주장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권력을 물려받은 지 6년 만에 수많은 숙청을 통해 권력을 굳혔다. 고모부 장성택에 이어 ‘잠재적 라이벌’인 이복형도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김정남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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