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30 09:00
수정 : 2018.01.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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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함께 사는 유정이가 두부의 앞발을 잡고 교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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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⑥ 짖지 않는 개 ‘두부’
출생 직후 ‘잘 생겼다’며 종견으로 혹사당한 비숑프리제
번식장에서 구조돼 새 가족의 따뜻한 생일상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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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함께 사는 유정이가 두부의 앞발을 잡고 교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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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이 동물과 함께하며 겪는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애피의 에피소드’를 연재합니다. 나와 반려동물 이야기를 들려주실 애피 독자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사진 혹은 동영상을 사연,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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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 않는 개 ‘두부’(비숑프리제·5살 추정)는 올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일 축하를 받았다. 대구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두부는 그 곳에서 종견으로 쓰였다. 번식장에서 성대 수술을 당해 짖어도 바람 새는 소리만 난다. 올초 새 가족을 얻은 두부는 충남 홍성에서 올해 중학교 2학년 올라가는 나윤이와 4살 유정이, 엄마 박선율(34)씨, 아빠와 함께 산다. 태어나자마자 잘 생겼다는 이유로 종견으로 분류돼 혹사당했던 두부는 진정한 가족을 찾은 날을 생일로 삼기로 했다. 선율씨가 고구마, 감자, 당근 등을 으깨 자연식 케이크를 만들어 생일상을 차려준 1월4일은 두부가 다시 태어난 날이 되었다.
-두부를 입양하기까지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있었다고.
“전에 키우던 개를 안타깝게 잃어서 남편의 반대가 심했다. 나도 다시 개를 키울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온라인에서 본 두부의 사진과 사연을 보고 마음에 맺혀 떠나질 않더라. 잠을 못 잘 정도였다. 키우던 개랑 닮은 것도 아니고 견종도 잘 모르는데, 수많은 개들 중에 유독 눈에 밟힌 이유를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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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위축돼 있던 두부는 이제 가족에게 적응해 만져달라고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린다. 앞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킨십을 다그치는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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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만나기 전에 키웠던 개는 어떤 사연으로 이별했나.
“올해 4살이 된 둘째 딸을 출산하기 직전까지 진돗개 믹스로 추정되는 개를 1년 반쯤 키웠다. 이름은 폴리였다. 체형이나 얼굴은 진돗개처럼 생겼는데 체중이 5~7㎏ 정도, 작은 편이었다. 둘째 갖기 전 내가 일하던 식당 근처로 와 밥 얻어 먹던 아이인데 그러다 집에 눌러 앉았다. 출산을 앞두고 개를 돌보기 어려울 것 같아 마당 있는 친구 집에 보름 정도 맡겼는데, 그 때 폴리가 집을 나갔다고 하더라. 다시 못 만났다. 남편도 상처가 너무 커 다른 개 입양을 심하게 반대했다.”
-자녀들과 두부 사이는 어떻나.
“둘째 아이가 처음 두부를 보고 낯설고 무서웠는지 엄청 울어서 걱정했다. 그런데 지금 두부 간식도 너무 잘 주고, 둘이 좋은 친구로 지낸다. 사실 두부가 정말 착하다. 나도 아이가 두부 입 근처로 손을 갖다 대거나 하면 걱정스레 지켜보곤 했었는데, 아이에게 단 한번도 위협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아이가 자기를 괴롭혀도 다 봐준다. 둘이 사고 치고 나한테 혼나면 같이 식탁 밑으로 들어가 숨기도 한다. 큰딸은 두부라고 하면 깜박 넘어갈 정도로 예뻐한다.”
-두부도 이제 새 가족과 새 집에 제법 적응을 한 모양이다.
“거기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치아가 많이 상해 생사과를 못 씹을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두려웠는지 늘 꼬리를 안으로 말아넣고 지내더니, 어느날 꼬리를 바짝 세우고 흔들기 시작하더라.”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박선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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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의 생일날, 반려인 박선율씨가 만들어준 자연식 생일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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