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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3 10:05 수정 : 2018.05.03 11:09

김태권 그림.

[ESC]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김태권 그림.
한번 맛들이면 벗어날 수 없다는 평양냉면의 밍밍한 육수. 공식적인 재료는 소고기 국물. 가끔 닭고기 국물도 곁들이고요. ‘비밀 재료’를 첨가하는 냉면집도 적지 않을 겁니다. 비밀 재료의 내력을 알아보기 위해 19세기 라틴아메리카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소가죽을 벗겨 파느라 소고기가 남아돌던 지역이었습니다.

독일 사람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우루과이에 소고기농축액을 만드는 회사를 세웁니다. 처음에는 소고기의 영양이 그대로 들어 있다고 광고를 했는데, 알고 보니 가공 과정에서 영양소 대부분이 파괴되더랍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광고를 슬그머니 바꾸었대요. 소고기의 맛이 그대로라고요. 영양이 있건 없건 맛만 있으면 그만. 육즙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도대체 이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리비히는 당대 최고의 화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물질에 대해 연구했고, 맥주효모에도 이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훗날 이 물질은 글루탐산이라 불리게 되지요. 20세기 초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는 글루탐산나트륨을 농축한 뒤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을 붙여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글루탐산 일나트륨, 일명 엠에스지(MSG)의 탄생. 소고기 없이도 소고기 육즙을 만들게 된 사건입니다.

일본에서 인기를 누린 아지노모토는 당시 식민지였던 한국의 시장 역시 노립니다. 마침 냉장고가 보급되며 평양냉면이 인기를 누리던 시절. 육수에 넣으라며 많은 냉면집에 이 조미료를 공급했습니다. 아지노모토가 냉면 보급에 한몫을 한 셈이랄까요.

음식문헌연구자 고영 선생님은 냉면집 사이의 경쟁 때문에 일어난 1925년의 두가지 일화를 소개합니다. 하나는 냉면집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평양면옥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월에 총파업을 벌인 일이며, 다른 하나는 점주들이 모여 “면옥 간 경쟁을 줄이고 하루 2~3원을 아끼기 위해” 아지노모토를 쓰지 않기로 합의한 사건이었어요. 경쟁력을 높인다며 사람을 쥐어짜고 원가를 줄이는 행태는 그때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한때 엠에스지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중국음식점 증후군’ 논란으로 된서리를 맞지요. 엠에스지가 몸에 해롭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결국 과학자들이 그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확인해주었지만 말이죠. 어떻게 된 일일까요? 톰 닐론의 책 <음식과 전쟁>에 나오는 지적이 눈길을 끕니다. “엠에스지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갑자기 쏟아지게 된 것에 (미국의) 쇠고기 산업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분명히 아는 것은 이러한 보고서들이 나오게 된 것은 쇠고기 산업 마케팅의 현대화와 로비 덕분이라는 것”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채식주의자가 엠에스지 사용을 지지”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소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도 소고기의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최근 평양 옥류관 냉면에 식초를 넣어 먹는 모습이 소개되며 평양냉면 먹는 법에 대해 또 논란이 있었습니다. 글쎄요, 남이야 어떻게 먹건 무슨 상관입니까. 각자 입맛대로 먹으면 그만이죠. 제가 좋아하는 방법은 ‘순면거냉’. 백퍼센트 메밀면(순면)에 차갑지 않은 육수(거냉)를 부어 먹는 방식입니다. 조금 미지근해야 육향이 살더라고요. 메밀을 삶은 면수로 입을 헹군 뒤, 겨자를 듬뿍 묻힌 돼지고기를 면에 얹고 한입에 넣는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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