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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4 20:07 수정 : 2019.07.24 20:21

김태권 그림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김태권 그림

몇 주 동안 ‘식용곤충 전도사’가 되어 벌레 먹은 이야기를 하고 다녔어요. “진짜 맛있어요. 같이 드실래요?” 벌레 씹은 표정으로 들으시더군요. 식용곤충이 학교 급식으로 나올 때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당황스러운 반응이었어요. 그래도 이번 이야기는 솔깃하실 거예요. 요즘 한창 ‘힙’한 주제니까요.

대안 고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푸드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가 올해 5월 미국에서 상장했고, 경쟁업체 ‘임파서블 푸드’의 버거도 눈길을 끕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을 보니 2040년이 되면 동물을 죽여 육고기를 먹는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대요. 그럼요? 콩과 코코넛 등으로 고기를 만들거나 실험실에서 고기 세포를 배양할 것이라는군요. 신기한 세상.

국내업체가 수입해 유통하는 비욘드 미트의 제품 ‘비욘드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사실은 대안 고기의 맛이) 궁금해서요. 냉동한 햄버거 패티 두 개. 첫 번째 패티는 눈치를 보며 구웠습니다. ‘아직도 가운데가 분홍색인데! 패티가 덜 익으면 큰일이야.’ 3분 굽고도 약한 불로 몇 분 더.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구울 필요가 없네요. ‘잠깐, 이거 육고기 아니잖아. 소고기 패티처럼 바싹 익힐 필요가 없지.’ 생김이 어찌나 소고기 같은지, 구우면서도 착각할 정도였어요.

바싹 익히고 나니 거대한 동그랑땡처럼 보이더군요. 칼로 잘라 한입 먹어보니 진짜 고기 같아요. 식용곤충 ‘고소애’는 색다른 맛이라 놀라웠다면, 비욘드 버거는 씹는 맛도, 촉촉한 맛도 고기와 닮아 놀랐습니다. 기존의 콩고기와는 다르더군요. 아이와 맛있게 먹었어요.

올해 1월27일 <가디언>에는 ‘가짜 고기의 문제’라는 칼럼이 실렸어요. 논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던지는 글이었죠. 글쓴이 비 윌슨은 육고기 흉내를 낸 식물성 대안 고기를 먹는 것보다 그냥 채소를 먹는 편이 건강에 좋으리라고 말합니다. 괜히 시비 거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는 글이었죠. 바로 식품첨가물 문제입니다.

네 가지 음식이 있어요. ① 그냥 채식, ② 동물 고기를 모방한 식물 고기(‘가짜 고기’), ③ 햄버거와 소시지 같은 가공육, ④ 그냥 육고기. 비 윌슨은 ‘가짜 고기’(②)가 대체로 가공육(③)을 모방한다고 지적해요. 그러다 보니 식품첨가물도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식물성 대안 고기가 아니겠지요. 가공육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대체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왜 먹을까요. 그냥 고기(④)가 비싸니까요. 글쓴이도 인정합니다. ‘풀 뜯어 먹고 자란 양의 다리를 집에서 구워 먹을 돈이 없으니’ 가공육을 먹는 거죠. 육식의 문제를 파고들면 계급의 문제와 맞닥뜨립니다. 더 큰 문제는 저 글도 잘 사는 영미권 사람 기준이라는 사실이죠. 우리 처지에는 대안 고기도 싸지 않아요. ‘급식의 미래는 식용곤충’이라고 제가 종종 이야기하는 까닭이죠. 반은 농담이지만 반은 진담입니다.

아무려나 비싸고 맛있는 비욘드 버거. 첫 번째 패티를 먹어치운 후 두 번째 덩어리를 구웠습니다. 이번에는 자신 있게, 강한 불로 3분. 마지막에 뒤집개로 꾹 눌러 표면도 갈색으로 만들었어요(<더 푸드 랩>에서 추천한 방식). 제가 봐도 잘 구웠는데 별로 먹지 못했네요. 세살 아이가 거의 다 먹었거든요. 진짜 고기는 많이 먹지 않는 친구인데, 이건 좋아하더라고요. 누린내가 없고 과일 향이 살짝 풍겨서일까요. 저도 또 먹고 싶네요.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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