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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1 09:30 수정 : 2019.08.01 20:21

그림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그림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여름에는 유린기죠!” 중국요리를 먹으러 가 메뉴를 고르다 제가 말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힘이 나는 좋은 고기 요리가 없을까요. 뜨거운 요리를 먹고 땀을 뻘뻘 쏟아내 더위를 잊는다는 ‘이열치열’, 말은 좋은데 요즘 우리 생활 방식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땀을 흘리는 것도, 땀 냄새를 풍기는 것도 비좁은 도시 생활에서 예의가 아닌 것처럼 되었으니까요. 기껏 뜨거운 음식을 주문하고 애꿎은 에어컨만 더 세게 틀어놓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불판에 굽거나 뜨거운 국물을 내는 요리 말고 차게 먹는 고기 요리를 저는 좋아해요. 이번에는 유린기를 소개할게요.

유린기가 생소한 분도 있을지 몰라요. 간장 치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식이죠. 물론 유린기가 더 오래된 요리랍니다. 중국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간장 치킨이 처음 등장했을 때 유린기부터 떠올렸을 정도죠. 새콤달콤 짭짤한 간장소스 맛이 닮았어요. 반면 유린기는 탕수육처럼 먹기 좋은 크기로 튀겨 나오고 맛도 더 상큼하지요.

유린기는 닭을 튀긴 요리에요. 찹쌀 또는 전분을 입혀 튀겨 꿔바로우(궈바오러우)처럼 쫄깃하지요. 간장소스와 차가운 채소를 함께 내놓습니다. 양상추를 밑에 깔거나 파를 잘게 잘라 얹기도 하죠. 가끔 무순을 얹어주는 가게도 있어요. 상큼한 맛이 잘 어울려요. 맨 위에 올리는 빨갛고 파란 고추가 핵심입니다.

“이 날씨에 유린기를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매콤한 고추 향 때문이에요. 여름에 힘이 나라고 먹는 음식 가운데 고추 같은 향신료를 쓰는 경우가 많죠. 문제는 찬 음식과 매운 음식을 번갈아 먹고 다니면 배가 아프잖아요. 그러잖아도 힘든 여름에 배탈이 나는 음식은 피해야죠. 유린기는 아니에요. 원래 유린기 만드는 방법은 이래요. 고추를 다져서 닭고기 위에 얹은 다음, 끓는 기름을 부어줘요. 그러면 고추가 뜨거운 기름을 만나 순간적으로 고추기름(라유)이 되어 아래로 흘러내린대요. 매운맛은 거의 없이 고추의 상쾌한 향만 나와 튀김과 간장소스에 배게 돼요. 코와 입은 향을 느끼지만 배는 아프지 않아요.”

저는 똑똑한 척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린기 만드는 법은 사실 여러 해 전 <이비에스>(EBS) 프로그램 <최고의 요리비법>에서 봤지요. 유린기의 ‘기름(油)이 장맛비처럼(淋) 흘러내린 닭(鷄)’이라는 이름도 요리법에서 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유린기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중화냉면과 볶음밥을 먹고 헤어졌어요.

더운 날 먹기 좋은 고기 요리가 여럿 있죠. 몇 가지는 이 칼럼에서 소개해 드리기도 했고요. 물론 “날이 덥다고 꼭 고기를 먹어야 하느냐”고 문제 삼는다면 드릴 말씀이 없어요. 고기를 먹으면 힘이 나는 느낌이 들지만, 그건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어요. ‘식단을 잘 짜면 육고기를 먹지 않아도 영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주위에서 채식하시는 분들의 말씀입니다. ‘육고기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채식을 한다’는 분도 외국에는 많고요.

닭이 겪는 ‘수난’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하긴 해요. 인류가 키우는 가축은 현재 300억마리, 그 가운데 닭은 230억마리. 오늘날을 지질학적으로 인류세라 부르게 되리라는 주장이 있죠. ‘인류세의 표준화석은 우리가 먹고 버린 치킨 뼈가 될 것’이라는 연구가 있대요. 7월 한 달, 한국에서 도축되는 닭은 1억마리가 넘고요. 삼복 더위 와중에 닭 생각을 해봅니다.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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