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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9 10:06 수정 : 2018.11.09 19:15

<언클로즈드 브릭스(Unclosed Bricks): 기억의 틈>. 사진 아르코미술관 제공

이우성의 낙서 같아

<언클로즈드 브릭스(Unclosed Bricks): 기억의 틈>. 사진 아르코미술관 제공
만약 붉은 벽돌을 소재로 혹은 주제로 작품을 만들라고 한다면, 무엇을 만들까? 벽돌은 시간을 간직한다. 벽돌은 작은 단위이면서 동시에 커다란 하나가 된다. 벽돌은 동일하며, 동일하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벽돌은 오래 같은 자리에 서서 바람과 비를 맞고, 한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본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음악 소리를 들으며, 우는 누군가를 안전한 공간으로 불러들이기도 한다. 또한 벽돌은 강제로 부서지고 해체되며 소멸한다. 먼저 커다란 하나의 벽돌이 형체를 잃고 작은 단위의 벽돌이 마찬가지로 그렇게 된다. 벽돌과 벽돌을 붙들고 잇는 건 때론 시멘트와 같은 건축 재료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결의, 소망, 다짐 같은 것이기도 하다. 하물며 ‘붉은’ 벽돌은 아름답고 때론 비장하고 슬프다. 어떤 벽돌은 붉어야만 해서 붉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가면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보인다. 아르코미술관과 예술가의 집이다. 이 두 건물은 공원에 수십 년째 살고 있는 나무처럼, 마치 마로니에 공원의 일부 같다. 가끔은 살이 쪄서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빛이 많이 내리는 주말 오후엔 행복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입은 다물고 있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데 망설이는 친구 같지는 않다. 친구, 라고 적는 게 어색한가 잠깐 고민하게 하지만, 뭐 친구가 아닐 건 또 뭔데, 라고 생각하게도 한다.

아르코미술관은 1979년에 개관했고, 내년에 40번째 생일을 맞는다. 그래서 미리 이 공간의 역사와 의미를 탐구하는 전시가 열린다. 강서경, 권혜원, 김민애, 김영은, 전소정, ㅋ ㅋ ㄹ ㅋ ㄷ ㅋ 이 벽돌이 구축한 도시의 구조, 누적된 기억을 되짚는다. ‘도시의 구조’와 ‘누적된 기억’은 보도 자료에 적힌 표현인데 ‘도시의 구조’는 뭔가 부족한 설명 같고, ‘누적된 기억’은 납득도 되고 적절한데, 역시 온전하게 느껴지는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작가와 한 팀은 벽돌이 지닌 시대성을 다양한 형태로 풀어놓는다. 전소정은 시인 이상의 작품에 담긴 도시의 근대성을 탐구하는데, 시시티브이(CCTV) 폐쇄회로라는 동시대 감시체계를 등장시켜 시간의 고리를 잇는다. 이 작품의 제목은 ‘텔레포트는 폐쇄회로를 살해하였는가’다. ‘벽돌’에서 너무 먼 세계로 간 것 같아 더 흥미롭다. 김영은의 작품 ‘붉은 소음의 방문’은 사람들의 목소리, 대남방송 라디오 소리, 사이렌 소리와 같은 붉은 소음들을 붉은 망루 안에 틀어 놓는다. 그 안에 담긴 시대성을 추측하고 헤아리다 보면 꽤 많은 상상들을 하게 된다.

벽돌에서 시작돼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이 전시의 제목은 <언클로즈드 브릭스(Unclosed Bricks): 기억의 틈>이다. 12월 2일까지 그 시간의 선 위에 서 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이 주최한다.

이우성(시인·미남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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