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8 17:18
수정 : 2018.07.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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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이 올려다 보이는 안양천변 그늘막 아래에서 한 학생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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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탁·박준호 씨 고공농성 24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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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이 올려다 보이는 안양천변 그늘막 아래에서 한 학생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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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이어집니다. 여전히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은 사흘째, 대구와 광주 등 남부지방은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초복인 어제도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기승이었는데요. 오늘도 어제 못지않게 많이 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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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씨가 얼린 페트병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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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하늘과 맞닿은 굴뚝집의 홍기탁·박준호씨의 핸드폰 스피커로 오늘의 날씨를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두 사람의 이마 위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굴뚝집 한켠에 걸어놓은 온도계의 수은주는 섭씨 37도를 가리키고 있다. 며칠 전 굴뚝 아래 동지들이 보내온 그늘막이 쏘아대는 햇빛을 아슬아슬하게 막아주고 있지만, 달아오른 열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굴뚝집에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라고는 그늘막과 페트병의 얼음물이 전부이다. 아이스박스가 올라왔지만 찌는 듯한 더위에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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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집의 수은주가 37도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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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앞두고 입맛이 없어진 이들을 위해 삼계탕, 콩국수, 물회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폭염이 이어지며 하루 두 번 하던 굴뚝 위의 운동도 멈췄다. 울퉁불퉁한 굴뚝집의 바닥으로부터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 올라온 매트리스는 열기를 그대로 간직해 속옷만 걸친 몸은 금세 땀으로 뒤덮인다. 열대야와 모기, 빨라진 일출 덕에 이들의 굴뚝 생활은 좀 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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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앞두고 삼계탕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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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탁씨에게 폭염 속 굴뚝 생활을 물었다. 그는 “굴뚝 위 생활이 지옥같이 않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 지금 굴뚝 아래 있는 많은 이들이 지옥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한다. 굴뚝 아래에선 위를, 굴뚝 위 사람들은 아래를 걱정하며 이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있다.
파인텍 해고노동자 홍기탁·박준호씨는 249일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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