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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31 19:28 수정 : 2018.05.09 18:52

임재경 언론인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이 난징(남경)에서 민간인 30만명을 학살한 현장을 둘러보고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당시 문서와 영상자료들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데다 중국 대도시 뒷골목과 내륙 농촌에서 지금껏 시야에 들어오는 찌든 모습을 참작하면 족하다. 청조 말의 지독한 가렴주구에 이어 한 세대 넘게 계속된 내전 때문에 중하층 주민들은 굶주림과 헐벗은 나날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러므로 우리 독립운동자 가족의 생활은 중국 하층민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고 보면 크게 빗나가지 않을 듯하다.

어제의 중국과 오늘의 중국을 총량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이미 묵은 이야기고 공업생산력과 외교·군사면의 영향력이 미국을 넘보는 수준에 도달한 지 한참 됐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통치영역이 13세기 원(元)의 판도를 넘지 못한다고 역사가들은 주장하지만 안정된 국경선과 교통망, 그리고 한족의 거주밀도를 고려할 때 역사상 지금의 중국은 최대를 자랑한다. 이제 한 세기 전처럼 죽은 짐승의 고기를 뜯어 먹듯 열강이 중국 영토에 들어와 농탕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분단된 이웃 한반도의 우리는 샘이 날 정도로 부럽다.

임시정부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동안 중국의 보수 우파 국민당과 좌파 공산당은 각 지방에 똬리를 틀고 있는 군벌을 일소하기 위해 한 차례(1924~1927년), 그리고 일본 침략군에 대항하기 위해 또 한 차례(1937~1945), 이렇게 두 번의 국공합작을 실현했다. 두 번 다 합작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국공합작은 또 상하이(상해)로부터 시작된 5년간의 유랑 끝에 분열될 대로 분열된 임정 세력을 다시 추슬러 세우는 객관적 정세로 작용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크게 분류하여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좌우의 여러 정당을 하나의 당으로 통합했고 무장 군사조직들을 단일화한 것이 곧 그것이다. 충칭(중경)에서의 임정 좌우합작이 중국의 국공합작에 조응하는 것이었다고 하여 우리의 긍지가 손상될 것은 없다.

임정 요인들이 꿈꾼 나라가 어떤 것이었나를 추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8·15 해방 직후의 좌우합작 운동은 비록 실패했지만 그 주축이 온갖 고초를 겪으며 이역만리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남한에서 이루어진 김규식과 여운형의 좌우합작 노력은 극우 극좌의 방해 책동 때문에, 38선을 넘어 평양에 간 김구-김규식이 김일성-김두봉과 벌인 이른바 ‘4김의 남북협상’은 미국과 소련의 진영논리에 따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반세기 뒤의 6·15선언과 10·23선언의 밑거름이 된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임정 유적 답사단의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 이색적인 체험은 항저우(항주)에서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총지휘한 쇼 <인상 서호>(印象 西湖)를 관람한 것이다. 호수를 무대로 보트가 떠다니는 가운데 호수 밑바닥에서 대형 디딤판이 수면에 올라옴으로써 무용가 수백명이 군무로 물고기와 철새의 동작을 음영으로 형상화하는 장관을 이루었다. 강렬한 조명효과와 중국 전통음악 및 서양 대중음악의 멜로디를 섞은 것이 대담했다. 일행의 평은 엇갈렸다. 김학민(답사단장·출판인)은 체제 순응적인 대형 쇼라 했으며, 신명식(부단장·전 <내일신문> 편집국장)은 거액의 제작비 동원과 특수 무대장치는 과학기술 수준을 자랑한 것이라 했고, 곽태원(한국노동경제원장)은 집체예술의 유산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라 했다. 미국 여행자들이 디즈니랜드에서 혀를 내두른다면 중국 방문객들에게 장이머우류의 쇼는 나쁘지 않다고 믿는다.

임재경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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