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5.15 14:50 수정 : 2018.05.15 19:21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1988년 9월 15일 한겨레신문 2면 '전망대'

정운영 논설위원·경제평론가

대학교수의 월급은 대체로 1백40유안인데 교수아파트의 한 달 임대료는 4유안(대략 1.1달러)이라는 내용은 최근에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어느 학자의 글을 통해 전해졌는데, 그것은 다음의 두 측면에서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모았다. 그 하나는 소득의 3%만 지출하면 주거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컨대 타이베이에서의 만두 한 접시 값으로 베이징에서는 한 달 주거비의 지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이 경우에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중국의 15배에 이른다는 주장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국민소득의 크기가 삶의 기쁨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거기에 기대려는 심리는 아마 부유하고 가난한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현대 경제학의 형편으로는 그 방법밖에 달리 없기 때문이리라.

'순물질 생산'만 계산

사회주의국가에서 추계한 국민소득을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소득과 비교하는 데는 적어도 세 가지 요인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로 사회주의국가에서의 국민소득은 '물질적 생산부문'에서만 창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제연합은 이렇게 한정된 바탕에서 얻어진 사회주의적 국민소득을 자본주의적 추계방식으로 산정된 국민소득과 구별하기 위해 특별히 '순물질생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따라서 우선 물질생산이 아닌 용역(서비스)생산은 모두 사회주의적 국민소득의 형성에서 제외되며, 다음으로는 생산부문에 속하지 않는 교육 보건 금융 여행 통신 등의 기여도 이 국민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비생산적 용역'의 비중은 국가마다 크게 차이가 나는데, 동유럽 여러 나라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그것이 자본주의적으로 환산된 국민소득의 20~40%에 이르고 있다. 바로 이 점을 감안해서 경제학자들은 국민소득 할인율이란 기준을 만들어냈는데, 이 착상은 자본주의적 국민소득에서 20%를 빼거나 사회주의적 국민소득에 25%를 더함으로써, 예를 들자면 사회주의적 국민소득 1백 원이 자본주의적 국민소득 1백25원에 해당한다고 간주함으로써, 상이한 산정방법 사이에 비교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비교방식이 과학적으로는 물론 시비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우선 급한 대로는(?) 더 엄격한 측정에 앞선 희생 타자(!)로 한 번쯤 내세울 만하다.

적용 환율도 문제

둘째로 소득의 산정에 사용되는 가격 체계의 문제가 있는데, 사회주의국가의 가격은 시장에서의 '실세'를 반영하기보다는 계획 당국의 정책 '의지'를 표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의 예로 북한에서 두부 한 모의 '자유시장 가격'은 3북한원인 데 비해 쌀 1kg의 국가 공급가격은 8북한전으로 그 1/25에 불과하다.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농산물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매우 낮게 평가되기 때문에 그것들이 자본주의 국가의 소득으로 환산될 때는 손해(?)가 막심하다.

셋째로 환율의 문제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공정환율과 상업환율 가운데 어느 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민소득의 상대적인 크기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예컨대 공정환율의 두 배가 되는 상업환율을 적용한다면 사회주의적 국민소득의 '자본주의적' 크기는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낮게 평가된 느낌도

국토통일원은 참말로 반갑고 정말로 고맙게도 1987년도 북한의 국민총생산 추계를 발표했다. 국민총생산(GNP)이란 자본주의 경제의 고유한 개념이므로, 이번의 추계는 북한의 국민소득 통계를 비롯한 각종의 자료를 근거로 국토통일원이 독자적으로 수행한 작업의 결과였다. 우선 자본주의적으로 환산된 국민소득 중의 비생산적 용역의 비중을 국토통일원은 7.6%로 계산했다. 여러 가지 근거가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와 비교할 때 이 수치가 상당히 저평가되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가 없다. 또한 북한 당국이 제시할 공정환율은 1달러에 1.0북한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입수할 수 있었던 가장 최신의 자료로서 1986년의 시세는 0.98북한원이었다), 국토통일원은 상업환율인 2.14북한원을 적용했다.

9백과 2천7백 사이

다시 말해서 어느 환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국민총생산은 1백20%의 편차를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이 추정된 1987년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9백36 달러였다. 이 결과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불만이 아주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냐하면 그들이 발표한 1인당 국민소득이 1986년에 이미 2천4백 달러(국토통일원이 제시한 북한의 국민소득/국민총생산의 비율에 따라 이 수치를 국민총생산으로 역산하면 대강 2천7백달러)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하튼 한쪽에서는 9백 달러로 계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2천7백 달러라고 주장할 이 까다로운 문제의 '정답'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국토통일원의 추계가 후하지 않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예컨대 국토통일원이 행한 1984년도 북한의 국민총생산 추계를 1백으로 할 때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추정은 1백27,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계산은 1백33, 그리고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의 추산은 1백56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하간에 이로써 작년도 1인당 국민총생산을 2천8백달러로 올렸던 한국은 북한보다 3배나 소득이 높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만족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한겨레신문>이 1백 호 특집으로 보도한(9월8일 자) '북녘 동포 이렇게 산다'의 사진화보에 따르면, 김삿갓이 북한 방랑 중에 그토록 열심히 듣고 다녔던 '이밥과 고깃국' 타령은 이제 더 이상 사실이 아닌 듯했다. 오히려 낚시와 뱃놀이와 트럼프(!), 넥타이와 미용실과 사우나, 기와집과 지하철과 고층건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할머니들의 꾸밈 없는 춤과 노래가 우리를 안심시켰다. 헤어진 동포들이 부자가 되는 것은 이제 좋은 일이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모으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정운영의 경제 산책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