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수원의 한 아파트 동대표 회장 3개월 동안 몰아붙인 동대표회 회장 남기업 해임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저들은 새로운 작전에 돌입했다. 이른바 괴롭혀서 쫓아내기다. 매월 1~2회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모욕을 주면 그만둘 것이라는 계산이 선 것이다. ‘남기업 저 친구 가만히 보니 하는 일이 굉장히 많네. 괴롭히면 분명히 때려치울 거야. 뭐 돈 때문에 회장에 나선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버틸 이유가 있겠어?’라고 생각한 듯했다. 해임 행동대장을 자처했던 감사가 이 작전에도 선봉에 섰다. 그가 휘둘렀던 칼은 감사결과 보고서였다. 아파트 감사의 대상은 관리주체여야 한다. 대표회의가 의결한 사항을 관리주체가 제대로 이행했는지, 주민들의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지가 주된 감사 대상이다. 그런데 그는 회장 남기업에 대한 표적감사로만 일관했다. 감사 결과 발표 시간에 호통치는 건 예삿일이다. 취조하듯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거나 해명하면 다른 동대표들이 들고일어나 욕하고 삿대질하며 고함을 친다. 심지어 달려와 멱살까지 잡는다. 어떤 땐 회장 발언을 방해할 목적으로 미리 준비한 핸드마이크로 사이렌까지 울린다. 음담패설도 예사다. 그러곤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 그야말로 ‘짐승의 시간’이 따로 없다. 할 수 없이 나는 평소 알고 지내는 입주민에게 회의 참관을 요청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낫지 않을까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보다 못한 입주민이 분노해서 항의를 하면 저들은 욕하고 고함치고 야유로 맞대응했다. 결국 저들의 ‘만행’은 마을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회의 때가 되면 입주민들이 위로의 문자를, 어떤 때는 당신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하다는 문자도 보내왔다. 물론 내 편이 되어준 동대표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고 상식적이고 양순한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그런 야만에 맞대응할 사람들이 못 되었다. 그나마 1년이 지나고 모두 이사를 해버렸다. 결국 모욕과 수치는 전적으로 나 혼자 담당해야 했다. 그러니 회의 끝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때는 억울해서 혼자 울기도 했다. 모욕의 잔상이 남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때마다 거실로 나와 성경을 읽으며 기도했는데, 기도의 내용은 거의 저주(?)에 가까웠다.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 회장을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만두면 결국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임하면 저들은 게시판에 나를 비난하는 거짓 공고문을 연일 붙여놓을 것이다. 자기들의 만행을 미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런 꼴을 보지 않으려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우리는 집을 옮길 형편이 못 됐다. 또 내가 그만두면 저들이 아파트 재정을 어떻게 쓸지가 뻔히 예상되어 차마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2년을 버텼다. 하지만 그냥 버티고 있지만은 않았다. 저들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하나하나 모으고 법적 근거를 준비해나갔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주위에 직간접적으로 돕는 입주민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