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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1 18:44 수정 : 2018.05.16 10:30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수원의 한 아파트 동대표 회장

왜 아무 잘못도 없는 회장을 쫓아내기 위해 저들은 허구한 날 관리사무소에 모여서 작당한 걸까? 어찌해서 회의 때마다 3~4시간 동안 회장인 나를 모욕하고 심지어 회의에 참관하는 입주민들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었던 걸까? 왜 무혐의 처분이 뻔히 예상됨에도 무려 15번이나 회장 남기업을 검찰에 고소했던 걸까?

가장 큰 원인은 ‘불로소득’에 있다고 본다. 다른 것으론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동대표들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업체 선정이다. 업체 선정 방식 중엔 ‘전자입찰’과 ‘적격심사’가 있다. 전자입찰 방식은 동대표들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지만, 적격심사 방식은 동대표들이 응찰 업체의 적격성 여부를 직접 심사하는 것이므로 동대표들의 판단이 업체 선정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대표들 다수와 관리소장이 미리 짜기만 하면 특정 업체 낙찰은 일도 아니라는 것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아파트가 매주 알뜰시장을 열고 있을 것이다. 우리 아파트의 예년 알뜰시장 업체 낙찰가는 8천만원 정도였다. 쉽게 말해서 낙찰 업체는 해마다 8천만원을 우리 아파트에 내고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회장이었을 때는 8천만원 하던 낙찰가가 2016년엔 2600만원, 2017년엔 2850만원으로 폭락해버렸다. 왜일까? 업체 선정 방식을 전자입찰에서 적격심사로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저들은 알뜰시장 업체를 선정할 때마다 한사코 ‘적격심사’로 해야 한다고 우겼고 다수인 저들의 뜻은 관철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5천만원 상당의 차액은 대체 누가 차지한 걸까?

한번은 저들이 아파트 내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파손이 심각하니 교체공사를 하자는 안건을 올렸다. 3억원 정도의 공사 금액이 예상되는 이 안건을 나는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어가며 막아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면 3억원이면 할 수 있는 공사를 그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제시한 특정 업체를 선정하고, 차액인 불로소득이 저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사를 현실화하려는 저들의 노력은 처절했다. 이를 위해 당시 관리소장은 ‘문서 위조’라는 불법까지 저질렀고, 결국 그 일로 그는 전과자가 되어 쫓겨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저들이 보인 행태는 광기에 가까웠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들이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불로소득이 결국 입주민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불로소득과 입주민들의 손해는 정확히 일치한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저들의 ‘노력’은 서비스나 상품을 생산하는 활동이 아니라 입주민들의 소득을 강탈(?)하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근사한 말로 ‘지대추구행위’라고 불리는 이 비생산적 활동은 본질상 나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인 ‘토지투기’와 동일하다.

그렇다. 저들은 안정적으로, 보다 쉽고, 보다 많이 불로소득을 누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들에게 회장 남기업은 신속하게 치워버리지 않으면 안 될 위험요인이었던 것이다. 어딜 가나 특권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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