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집 입주자 무지개집에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살고 있다. 실내 계단이 5층까지 있고 건물 전면은 유리벽으로 되어 있으니 높은 데서 감시하기 좋아하는 고양이들에게는 최적의 집인 셈이다. 처음에는 세 마리밖에 없었는데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유기묘 한 마리가 어느 동물병원 협동조합의 임시보호를 거쳐 입양되었고, 다른 한 마리의 사연은 지금부터 이야기해볼까 한다. 무지개집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부터였다. 인근을 떠돌던 길냥이들의 영역다툼과 함께, 건물 구석이나 담장에 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기에 무지개집을 차지한 아이는 턱시도 무늬의 미묘였는데 새끼들을 거느리고 와서 느긋하게 머물다 가곤 했다. 우리는 밥과 물도 챙겨주고, 한 마리씩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력한 애교와 친화력을 장착한 얼룩이가 등장했다. 녀석은 며칠 지나지 않아 턱시도 가족을 밀어내고 무지개집 마당을 차지하더니 급기야는 창문 등 빈틈을 찾아 집 안까지 들락거리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박힌 돌을 밀어내고 굴러온 돌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서 온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고, 중성화 수술도 시켜주며 지내다 보니 반쯤 입양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겨울이 왔다. 추위라도 피할 수 있게 마당 한구석에 박스와 방석으로 집을 만들어줬는데 온돌이의 성에는 차지 않았던가 보다. 녀석은 밤마다 실내 입장을 요구하며 울어댔다. 결국 우리는 비상대책위를 열었고, 맘씨 고운 5층 커플이 온돌이의 집사로 간택당했다. 막상 집을 차지하자 온돌이는 180도 변했다. 애교는 으름장으로, 친화력은 냉담함으로 바꿨으며 그토록 들어오려 했던 집에서 이번에는 탈출하고 싶어 했다. 어찌나 영특한지 미닫이 여닫이를 막론하고 각종 문 여는 방법을 터득해서 대문 잠금장치가 풀린 날이면 영락없이 동네 마실을 다녀오곤 했다. 문제는 가끔 다른 고양이들까지 선동해서 집단 가출 소동을 벌인다는 점이다. 이렇듯 신출귀몰하던 온돌이의 비밀이 최근 밝혀졌다. 언제부턴가 뒷다리를 절어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검사 결과 대퇴골에 커다란 철심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 사고를 당해서 대퇴골 골절이 일어났고, 수술한 상태라는 것. 후유증으로 다리 한쪽이 짧아졌고 무릎 관절염도 있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상태가 나빠지면 재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아마도 사람이 보살피던 고양이였음이 분명했다. 전에 살던 곳이 어딘지, 가출한 건지, 버려진 것인지 녀석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원래 주인을 찾아줄 방법도 막막했다. 그리고 그간 쌓인 정은 어쩔 것인가, 끝까지 책임지는 수밖에. 그동안 두 마리의 고양이, 열대어, 지렁이 등이 무지개집에 입주해서 밀도가 부쩍 높아졌다. 애견인의 삶을 희망하는 누군가는 호시탐탐 강아지 입양의 기회도 노리고 있다. 동물들의 공동주택까지 되어야 하는 것이 무지개집의 업보라면, 기왕 그럴 거면, 흥부네처럼 박씨를 물고 올 제비가 처마 밑에 둥지를 틀었으면 좋겠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