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8 15:10
수정 : 2018.12.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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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5m인 독도 가제 굴에서 촬영한 거미불가사리류. 야행성이고 공격을 받으면 팔을 쉽게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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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김지현의 독도 아리랑
연약한 팔 5개, 공격받으면 스스로 잘라
잘린 팔은 재생, 포식자 피하려 야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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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5m인 독도 가제 굴에서 촬영한 거미불가사리류. 야행성이고 공격을 받으면 팔을 쉽게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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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에게 장비는 몸의 일부다. 다이빙 장비는 물속에서 물고기 같이 되고자 하는 인간 염원의 결과물이다.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처럼 유영하는 다이버는 두 발 보행 때 몸을 속박하던 중력으로부터 해방된다.
다이버에게 꼭 있어야 할 장비는 공기통, 호흡기, 물안경이다. 여기에 오리발, 잠수복, 부력조절기가 있으면 된다. 추가로 칼, 나침반, 호흡 보조기(옥토퍼스)에다 컴퓨터까지 구비하면 완벽하다. 제한된 지역에서 제한된 수심과 시간 동안 다이빙하지만, 그래도 수심 20m에서 몸길이가 120㎝나
되는 큰양놀래기(나폴레옹 피시)와 함께 유영하는 것은 육지생물인 인간에게 축제이다. 이때 장비는 내 몸이다.
물속 세계를 내 몸이 인식하는 느낌은 뻐근하고도 숨 가쁘다. 이 낯선 경험은 중독성이 있다. 다이버도 규칙적으로 물에 들어가고픈 유혹에 시달린다. 이것이 물 중독(waterholic)이다.
거미불가사리류(Ophiothrix sp.)는 독도 연안 수심 10m 안팎의 큰 자갈 밑에서 볼 수 있다. 팔을 포함한 몸통 길이가 8㎝쯤인 중형 불가사리이다. 각각의 팔에는 주로 가장자리 부근을 따라 길이 3㎜의 옅은 갈색 가시들이 돋아있다. 팔은 쉽게 떨어져 나간다. 빛을 아주 싫어한다.
거미불가사리류는 다섯 개의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빠르게 이동한다. 이 종은 몸체가 유연하고 아주 연약하다. 작은 충격에도 팔이 부스러진다. 만지기만 해도 팔이 끊긴다. 그러나 잘린 팔은 다시 재생된다. 야행성이라서 낮에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자갈 밑이나 틈바구니에 숨어 있다. 빛을 싫어하여 노출되면 급하게 어두운 곳을 찾아 피한다. 놀래기류가 이 불가사리를 통째로 집어삼키거나, 떨어진 팔을 즐겨 먹어치운다.
이 종을 낮에 촬영하려면 자갈밭이나 모래밭에서 있는 주먹 세 개 크기의 돌덩어리를 뒤집으면 된다. 카메라와 스트로보를 미리 조절하여, 촬영준비를 마친 후에 조용히 돌덩어리를 왼손으로 뒤집으면서 오른손으로 셔터를 신속하게 눌러야 한다. 단 한 번에 몸통 전체를 촬영할 수는 없다. 여러 번 반복해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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