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년, 한겨레 보도-10]
1991년 보건사회부 촌지 사건 폭로
1991년 가을, 보건사회부(보사부) 출입기자들이 해외 취재를 빙자한 기자단 여행을 다녀왔다. 경비 명목으로 대우재단과 아산재단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제약·제과·화장품 회사한테 촌지를 요구해 받았다.
그런데 이 돈을 기자들끼리 나눠 갖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어느 기자가 촌지의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기자단 회의를 열었다. 한겨레에서 보사부를 담당하고 있던 성한용 기자는 해외여행에 끼지도 못했으나, 얼결에 그 기자단 회의 자리에 참석했다가 모든 내용을 듣고 적었다.
이를 여론매체부 편집위원(여론매체부장)이었던 정동채가 보고받았다. 정동채는 1980년 합동통신사에서 해직되기 전에, 뜻 맞는 동료 기자들과 모임을 만들어 그간 받은 촌지 전부를 노동단체 등에 기부했었다. 문제가 된 보사부 기자 가운데는 자신의 옛 동료도 있었다. 그러나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여론매체부 기자 박근애가 기사를 써서 1991년 11월 1일 사회면에 실었다.
|
보건사회부 기자단이 촌지를 받은 사실을 폭로한 1991년 10월 11일치 한겨레 사회면
|
보건사회부에 출입하는 신문·방송·통신사 기자단이 지난 추석을 전후해 제약·제과·화장품 등 업계와 단체로부터 추석 떡값과 해외여행비 명목으로 모두 8850만 원을 거둬 나눠쓴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991년 9월 30일 보사부기자단 운영위원(간사)인 <연합통신> 이아무개 기자에 따르면 기자단 운영위원들이 지난 추석을 전후해 대우재단과 현대그룹의 아산재단 두 곳에 직접 요청해 받은 1500만 원씩 3000만 원과 보사부 김용문 위생국장과 이강추 약정국장에게 협조를 요청해 제약·제과·화장품 업계와 약사회 등으로부터 받은 5850만원 등 모두 8850만원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이렇게 조성한 "촌지" 사용내역에 대해 "기자단 21명 가운데 2개 신문사 기자를 뺀 19명에게 준 추석 떡값, 해외 여행경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기자들에게 지급한 제주도 여행경비, 두 운영위원의 개인경비, 회식비 등에 썼다"고 말했다.
보사부 기자단은 지난 9월 30일 출국해 8박 9일의 일정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응급의료체계, 사회복지시설 시찰 명목으로 여행한 바 있다.
|
보사부 기자단의 촌지 수수는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를 보도한 한겨레 1991년 10월 11일치 신문.
|
이 사건은 한 경제지의 해당 부서장이 기자에게 "업계에서 보사부 기자단 이름으로 촌지를 심하게 챙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잘 처신하라"고 경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경제지 기자들이 업계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1억여 원에 이른다는 촌지가 500만 원밖에 집행이 안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은 알려지게 됐다.
|
1988년 5월 5일, 서울 양평동 한겨레신문사 사무실에서 한겨레 윤리강령 선포식이 열렸다. 임직원들이 윤리강령에 서명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
|
1987년 9월 1일, 서울 안국동 ’새 신문 창간 사무국’ 사무실에서 한겨레 창간 발의자 총회가 열렸다. 송건호가 ’새 신문 창간 발의’라고 붓글씨를 적고 있다. 송건호는 훗날 한겨레신문사 초대 대표이사가 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
|
한겨레 창간 초기였던 1988년, 청와대는 한겨레 기자에게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았다. 송건호 대표이사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항의했다. 답변이 오지 않자 1988년 9월 21일치 신문에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
“한겨레신문은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뉴스가 있는 모든 기관 및 단체에 자유롭게 출입하고 취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입 자체를 봉쇄해 뉴스원에 대한 접근조차 허용치 않는 것은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공평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기자실이나 특별한 편의시설의 제공이 아니라 뉴스에 대한 접근권 자체라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왔습니다.”
※ 한겨레 창간 30돌을 맞아, 한국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한 특종이나 기획 기사의 뒷이야기를 <창간 30년, 한겨레 보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이 글은 디지털 역사관인 '한겨레 아카이브'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한겨레의 살아 숨쉬는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한겨레 아카이브 페이지(www.hani.co.kr/arti/archives)를 찾아주세요. 한겨레 30년사 편찬팀 achive@hani.co.kr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