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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연재된 한겨레21의 ‘노동OTL’ 시리즈 표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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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년, 한겨레 보도-15]
‘비정규직으로 한달살이’ 기자들의 탐사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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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연재된 한겨레21의 ‘노동OTL’ 시리즈 표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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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짜리 인간’들이 있다. 2009년 최저 임금인 시급 4천원을 받고 살아가는 노동자들이다. 언론은 가난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종종 전해왔지만,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틈은 무장 벌어지기만 한다. ‘워킹푸어’(working poor)는 2년 전 이미 3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동트기 전에 출근해 별을 보며 퇴근해도 가난은 결코 저물지 않는 이들이다.
〈한겨레21〉은 그들의 세계로 직접 들어가보기로 했다. 시급 4천원짜리 일자리를 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부닥치고 일했다. 그 돈으로 한 달 생활을 직접 꾸려보았다.
여름 한철,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값싼 ‘을’이었다.
1970~1980년대 공장 노동이 ‘여공’과 ‘미싱’으로 상징된다면, 지금은 전동 드라이버다. 계절 따라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공장 시계 돌아가는 소리는 아니 들리고, 일주일에 7일, 하루 12시간씩 나사 돌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곡절 끝에 취업한 A사, 대부분의 여공 손에도 드라이버가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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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곳곳에선 구인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인 노동자가 많아, 해당 나라말 광고문도 넘친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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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횡포에도 주방 언니가 묵묵히 일하는 이유가 있다. 주방 언니의 남편은 직장이 불안정하다. 의자 공장을 하다 망한 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언니가 이 감자탕집에서 벌어오는 돈은 귀하다. 집도 5분 거리여서 하굣길에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가게에 들른다. 언니는 이때 아들에게 1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넨다. 어떤 날은 감자를 볶아놨다가 건네며 저녁 반찬으로 먹으라고 한다. 3개월이 아니라 더 오랫동안 휴일 없이 일을 시켜도 계속 다닐 수밖에 없다. 이왕 익숙해진 일이니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낫다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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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OTL 시리즈를 묶어서 단행본으로 펴낸 한겨레출판의 <4천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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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작기사는 소재와 글쓰기 장르의 측면에서는 장기간의 ‘잠입’ 취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적 글쓰기’ 혹은 이 시대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의 풍경을 밀도 있게 포착하는 세밀한 현장기술지를 제공했다. 그러한 결과 기자들이 한국사회의 노동실태를 밀착적으로 동시에 매우 두껍게 기술하고, ‘현장 저널리즘’ 혹은 ‘민속지학적 저널리즘’의 활성화를 매개로 독자와 언론계에 상당한 공감과 공명, 그리고 문제의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높은 인정과 평가를 이미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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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창간 30주년을 맞아 한겨레는 ‘노동orz’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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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이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2009년 기자 네 명이 가장 낮은 노동의 현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들은 <한겨레21> ‘노동OTL’ 연속 보도로 엎드려 좌절하는(OTL) 노동자의 초상을 전했습니다. <한겨레> 창간 30돌을 맞아 다시 같은 질문을 되뇌어봅니다. ‘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 등 거창한 혁신의 시대에 노동자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열심히 일해도 사는 게 팍팍하다는 노동자들은 어쩌면 더 작아진 것은 아닐까요? 깃발과 구호, 통계와 정책으로 살필 수 없는 날것의 모순을 <한겨레> 기자가 온몸으로 물었습니다. 더 낮게 웅크려(orz) 왜소해진 우리, 노동자의 삶을 ‘노동orz’가 정밀화로 그려냅니다.
※ 한겨레 창간 30돌을 맞아, 한국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한 특종이나 기획 기사의 뒷이야기를 <창간 30년, 한겨레 보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이 글은 디지털 역사관인 '한겨레 아카이브'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한겨레의 살아 숨쉬는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한겨레 아카이브 페이지(www.hani.co.kr/arti/archives)를 찾아주세요. 한겨레 30년사 편찬팀 achiv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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