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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4 14:27 수정 : 2007.01.25 16:01

홍정은(33)·홍미란(30) 작가. 정용일 기자

[강김아리의 TV 내멋대로보기] 1. ‘환상의커플’ 자매작가 인터뷰

2000년에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국제부 등을 거친 뒤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는 강김아리 기자입니다. 지금까지 방송을 담당한 적은 없지만 평소 혼자 ‘비 맞은 중’처럼 중얼중얼거리며 TV 보기를 즐기는 터라, 주제넘게 이 코너 문을 열게 됐습니다. 코너명이 ‘TV 내멋대로 보기’인만큼 제 멋대로 쓰는 글들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MBC 인기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종영한 지 무려 1달 하고도 3주가 지났다. 이 시점에서 <환상의 커플> 작가 인터뷰를 내보내는 건 속보성을 생명으로 삼는 인터넷의 속성을 정면으로 배반하고도 남는 일이다. 하지만, 방송 종영 뒤 조금 늦게 연락을 했더니 때마침 작가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인터뷰는 최근에야 겨우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차기작 ‘홍길동’을 소재로 한 코믹사극을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시청자들을 위해 다음달에 단막극 <오늘도 맑음?>이 방영된다는 사실을 단독 입수하기도 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한 커피숍에서 만난 홍정은(33)·미란(30) 자매 작가는 상상했던 것과 달리 매우 차분하고 이성적인 스타일이었다.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등을 통해 뒤통수를 깨는 캐릭터와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대사를 선보인 작가들이 당연히 개그맨을 방불케 할 것이라는 예상은 선입견에 불과했던 것이다. 휴가지에서 30권의 책을 읽고 왔다는 괴력의 독서량을 자랑하는 이들 자매의 취미 역시 모범생스러운 ‘독서’였다. 하지만, 작품에서 드러나듯 “한 장면도 재미없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각각의 인터뷰 질문에 대해 두 작가 중 누가 답했는지 적시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자매의 생각이 같았기 때문이다. 자매 작가는 이신전심의 경지였다.


<환상의 커플> 올해의 드라마상등 4관왕 영예

‘환상의 커플’에 출연한 한예슬.

-<환상의 커플> 종영한 뒤 뭐하고 지냈나?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다녀왔다. 책을 30권 들고가서 다 읽고 왔다. 지금은 만화책도 읽고 뒹굴뒹굴 지내고 있다.

-MBC 연말 연기대상에서 <환상의 커플>이 올해의 드라마상 등 4관왕을 했는데?

=올해의 드라마상은 시청자들이 200원을 내고 찍는 건데 우리 작품에 돈을 내고서라도 밀어준 데 대해 감동받았다. 시청자들에겐 돌아가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고보면 베스트 커플상, 남녀인기상, 올해의 드라마상 등 시청자 투표로 하는 상은 다 받았다.

-작가상을 받지 못했는데 서운하진 않았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데뷔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햇병아리다. 한 20년 정도 하면 모를까.(웃음)

-여주인공역을 맡은 한예슬이 수상소감으로 ‘쟁반짜장을 쏘겠다’고 했는데 드셨나?

=못 먹었다. 종방연 이후 배우들을 만난 적이 없다. 이전 작품에서도 출연 배우들은 종방연 때말고는 거의 만난 적이 없고 전화연락 등 교류도 거의 없다.

-시청률이 대박이라고 보기 어려운 시청률인데 비해 큰 화제가 됐고, 기사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시청률에 비해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은 최근 인정옥 작가의 <네멋대로 해라> 이후 처음인 듯하다. 그래서 작가들도 ‘스타 작가’로 불리며 화제가 됐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사실 작품을 쓰는 동안엔 잘 몰랐다. 피디가 가끔 얘기해줬는데, 격려 차원에서 하는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게시판 반응이 이전의 <쾌걸춘향>이나 <마이걸> 때보다 낮았다. 그때는 글이 20만~25만건이었는데, 이번은 5만건이었다. 반응이 썰렁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작품이 끝나 갈 때쯤 반응이 좋다는 걸 알게 됐다.

-대본은 어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나?

=처음에 시놉시스 쓸 때는 서울에서 사람도 만나면서 쓰는데, 대본 들어가면 가족도 안 만나고 홍천이나 속초 등 지방에 방을 잡아 틀어박혀 지낸다. 2-3개월간 둘이서만 붙어서 산다. 거의 감옥 같다고나 할까(웃음). <마이걸> 땐 서로 한 회씩 번갈아 작품을 썼는데, 이번엔 대사를 서로 부르면서 타이핑해서 거의 한줄한줄 같이 썼다고 보면 된다.

-<환상의 커플> 때는 강원도가 아니라 남해에서 작업했다고 들었다.

=원래 바다를 좋아해서 속초, 홍천 등에서 일했는데, 이번엔 어차피 지방에서 일할 거면 작품 배경인 남해에서 하는 게 어떠냐는 피디의 제안에 남해에 틀어박혀서 일했다.

-그렇게 작업하다보면 다투기도 하겠다?

=일할 때는 전혀 다투지 않는다. 작품이 끝나고 할 일이 없을 때나 다툰다.

“목숨 걸고 하는 배우가 최고다”

-기존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환상의 커플> 속편 제작에 대한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시는데, 속편 제작을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는?

=<궁>이라는 작품은 ‘궁’이 있고,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이 있어서 계속 나올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설정이 없지 않나? 이어갈 스토리가 없다.

-차기작이 고전 ‘홍길동’을 소재로 한 코믹사극이라고 들었다. 현재 진척 상황은?

=시놉시스는 나온 상태다. KBS에서 내년 1월께 방영할 것 같다.

-작품 홍길동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홍길동’은 퓨전 사극 활극이다. 정통 사극이 아니어서, 말투는 우리 대사를 살릴 것이다. 지금까지 여배우가 메인이었던 것과 달리 길동이가 메인이 되지만, 멜로가 있기 때문에 여배우 비중도 크다.

-작품을 쓸 때 주인공역에 특정 배우를 상정하고 쓰나?

=그렇지 않다. 상상의 인물에만 충실하게 쓴다.

-캐스팅과 관련해 얼마나 영향을 끼치나?

=원하는 배우가 있기 마련이지만 늘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웃음). 하지만 늘 보면, 원했던 캐스팅보다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목숨 걸고 하는 배우가 최고다. 처음에는 한예슬이 너무 어려서 가볍지 않을까 했다. 안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소화를 잘해서줘서 좋았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차승원을 좋아한다. 특히 CF에서의 차승원을 좋아한다.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소지섭, 조인성(웃음).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등 지금껏 코믹극을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코믹극이냐?

=지금은 밝고 재미있는 게 좋다. 활기있는 분위기가 좋다. 나중에는 글쎄다.

“인사를 하는등 그냥 흐르는 장면은 없다, 한장면도 재미없으면 안된다고 생각”

MBC 주말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나상실 역을 맡은 한예슬 사진모음.

-작품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경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TV 예능작가 경력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홍 작가 자매는 둘 다 예능작가 출신이다) 예능분야에서 구성, 시트콤 등을 했다. 예능작가 시절 순발력, 집중력, 템포감 등을 습득한 거 같다. 방송은 다 패턴이 있으니깐. 우리 드라마에 반전, 비틀기 등이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드라마를 좋아하고 진행상 그냥 흐르는 장면, 예컨대 인사를 한다던가 하는 장면은 없고, 하나하나 각개 꽁트 개념이다. 한 장면도 재미없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원래 코미디를 좋아하나?

=원래부터 특별히 코미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멜로, 홍콩 느와르 등 다양하게 좋아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리라고 예상했었나?

=언니는 행정학을 전공하고 동생은 사범대 가정과를 나왔다. 그래서 부모님은 공무원과 교사를 원했다. 그런데 어찌하다 예능작가가 됐다. 예능작가를 하면서 막연히 드라마를 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바빠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시놉시스 공모를 보고 둘이 함께 써서 냈다가 당선돼 여기까지 오게 됐다.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중에서 애착이 가장 큰 작품은?

=차기작 홍길동에 대한 애착이 크다.(웃음) <쾌걸춘향> 끝나고부터 하고 싶었는데 돈이 많이 들고 PPL(간접광고)도 안되서 하질 못해 <마이걸>을 했다. 그 뒤에 하려했는데 또 돈이 많이든다고 해서 <환상의 커플>을 했다.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애착이 크다.

“세상에 그리 악한 사람이 있나? 뭘해도 이해받을 구석있어야 매력”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게 특별한 원칙인 듯 보이기도 한다.

=세상에 그리 악한 사람이 있나? 뭘해도 이해받을 구석이 있어야 매력이 있다. 멜로에서 사랑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않는가?

-작품을 쓰지 않을 땐 주로 뭐하나?

=주로 책을 본다. 소설책.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주성치 영화를 좋아한다. 주성치는 천재라고 본다. 우리 둘다 열광한다. 주성치 특유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환상의 커플> 여주인공처럼 혹시 오징어, 자장면, 막걸리를 좋아하나?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큼만 좋아한다. 특별히 더 좋아하지는 않는다.

-<환상의 커플> 여주인공처럼 자장면에 막거리를 먹어봤나

=먹어본 적 없다. 그건 안나 캐릭터에서 나온 것이다. 안나 캐릭터가 어울리는 여부를 보고 먹는 게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냥 먹는 캐릭터다.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 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은?

=<발리에서 생긴 일> <12월의 열대야>

-평소에 웃기다는 소리를 듣는 편인가?

=그런 이야기 안 듣는다. 술을 먹으면 작두를 타기는 하지만.(웃음)

-혹시 영화 시나리오 쪽에도 관심이 있나?

=우린 방송이 더 맞다. 영화는 감독 몫이 더 큰 거 같다. 감독 데뷔 차원에서 시나리오 쓰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는 대본만 쓰고 싶다.

-4자매 중에 첫째와 셋째로 들었다. 특히 둘이 어렸을 적부터 친했나?

=아시다시피 식구들끼리는 별로 안 친하지 않는가.(웃음) 일하면서 친해졌다. 둘이 책을 좋아하다보니 한 사람이 책을 읽고 나서 재밌으면 권유하고 그러면서 친해졌다.

“아시다시피 식구들끼리는 별로 안 친하지 않나?”

-작가를 때려치우고 싶었을 때 없었나?

=힘들 때 있지만 때려치면 뭐 먹고 사나. 이것밖에 할 거 없으니깐. 먹고 살려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이제 나이도 들어서 힘도 없고 친구도 없어서 장사밑천도 없다.

-차기작 ‘홍길동’말고도 차차기작, 차차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 있나?

=아이디어 있지만 장사밑천이라 비밀이다.(웃음) 지금까지 2년동안 3작품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젠 1년에 한 작품만 하고 싶다.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나?

=성공했다는 자신감보다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 <괘걸춘향>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감독이 ‘이건 아니다’라는 얘기에 계속 다시 써서 한 회분을 4고까지 썼다.(4번 고쳐썼다는 말임) 지금은 삽질을 덜 한다.(웃음)

강김아리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참, 홍보 좀 해 줬음 좋겠는데.(웃음) 아시아 13개 나라 피디들이 15분짜리 어린이 드라마를 만들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13개국에서 방영하는데, 한국편을 우리가 썼다. EBS에서 2월17일 설날 아침 8시40분에 방영한다. 그때 제사하지 누가 볼까 걱정이다.(웃음) 어느 나라 어린이가 봐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해가 쉽고도 재미있다. 제목은 <오늘도 맑음?>이다. 여기서도 맑고 순수하기만한 동심이 주인공은 아니다. <환상의 커플>을 빌려서 설명하자면 꽃다발(발레리나)을 재수없어하는 태권소년 이야기다. 우정은 되찾지만 사랑은 쟁취하지 못하는 소년. 알고보면 슬프지만 해피엔딩이다.

<한겨레>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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