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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고소천사벽화마을 들머리에 주민의 삶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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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투어리즘, 관광지의 비명
① 해양도시 여수·통영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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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고소천사벽화마을 들머리에 주민의 삶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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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해양공원의 일부 낭만포차는 차량 앞뒤를 노끈으로 묶어 차도를 차지한 채 아슬아슬한 영업을 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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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포차 일대 도로 8㎞ 몸살
주민들 교통체증·주차난에 고통
“도심 진입 막고 순환버스 어떤가” 여수 교통난의 근본적인 이유는 케이블카, 돌산도, 향일암 리조트 등 주요 관광시설로 가는 길들이 원도심의 좁은 길을 거쳐 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입구가 좁은 항아리처럼 밀려드는 차들은 많은데 나갈 곳이 없다. 여수시에서 만든 낭만포차가 여수 밤바다를 장악하는 등 여수의 좋은 풍광을 관광시설에 모두 내준 막개발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수에선 이미 3년 전부터 주민들이 교통 체증을 견디다 못해 들고일어났다. 돌산 지역 이장단·청년회·부녀회 등 단체 5곳은 케이블카 개통에 따른 교통난을 해결하라고 수많은 펼침막을 내걸었다. 여수시민협은 포장마차의 갓길 주차와 보행권 침해 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다. 주민 이병석(65)씨는 “마을 아래 도로를 이용하거나 주차하는 걸 포기한 지 오래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웃 이동일(76)씨는 “시장 볼 때 병원 갈 때 차라리 자전거로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여수 도심의 지난주 교통량은 평일 2만5천대, 주말 3만대였다. 아직은 일부 구간 지체지만 휴가철이 본격화하면 지체·정체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 주민들은 ‘차량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곽재철 여수시민포럼 조직국장은 “최고의 공원을 외지인들의 술판으로 빼앗겼다는 상실감이 있다. 그럼에도 관광객과 공존해야 한다면 관광객 차량을 제한해야 한다. 도심 외곽의 공영 주차장에 대도록 하고 무료 순환버스를 이용해 도심에 진입하게 해야 한다. 도심 쪽엔 주민만 차를 갖고 들어오고 주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수에서 겪고 있는 문제는 전형적인 ‘과잉관광’이다. 한 지역에 너무 많은 수의 방문객이 찾아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관광객의 만족도가 모두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렇게 ‘과잉관광’이 계속되면 관광지의 환경과 주민의 삶이 모두 파괴된다. 실제로 한 해 1500만명이 찾아오는 여수는 이미 ‘관광 수용력’을 초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강성일 관광학 박사는 “관광객이 늘어나 관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민들의 삶까지 팍팍해지면 수용력의 한계에 이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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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륵도 관광특구의 케이블카가 루지장 위를 통과하고 있다. 통영시는 ‘하늘에는 케이블카, 땅에는 루지’라는 구호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홍보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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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이어 루지 개통뒤
10~20분 걸리던 다리 1시간반이나
“외부 차량에 진입로 받자” 의견도 과잉관광땐 여행객 유입 조절
주민삶과 조화로운 관광정책 필요 통영 미륵도 주민들도 지난 2월 놀이공원인 통영어드벤처타워 건설사업 폐기 요구에 나섰다. 주민들은 “케이블카·루지가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여러 불편을 참았다. 그런데 이득은 몇몇에만 돌아갈 뿐이고, 대다수 주민이 겪는 고통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더 이상의 놀이시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통영시에선 관광지 진입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정광호 통영시의원은 “외부 차량에 ‘도심 진입 요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관광객 수를 조절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송도자 ‘통영항 지키기 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진입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등 제한을 둬야 진정으로 ‘통영다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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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남 통영시 관광지도. 케이블카와 루지 등이 있는 미륵도는 통영대교와 충무교 등 다리 두개로 뭍과 연결돼 있는데 관광객이 몰려 이 다리는 주차장처럼 변해버린다. 통영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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