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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낑낑백서⑤] 출산용품 부담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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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명품’ 뺨치게 비싼 ‘육아명품’에 서민엄마들 기겁·기죽어
기본용품 33가지에 66만원 ‘허걱’…유모차등 합치면 100만원
저소득층 육아지원 대책 시급
첫아이 출산을 한달 앞둔 김미란(31)씨는 요즘 고민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 시부모와 육아용품을 사러 할인마트에 갔다가 생각보다 비싼 육아용품값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장 직원이 비싼 것과 싼 것을 동시에 보여주며 어떤 것으로 하겠느냐고 묻는데 한눈에 봐도 품질 차이가 느껴졌다”며 “중간가격대를 골랐는데도 값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냇저고리·기저귀·내의 등 기본용품만을 구입했지만 약 66만원이 들었다. 각각 값이 30만원에 이르는 유모차와 흔들침대는 아예 구매에서 제외한 가격이다. 김씨가 구매한 육아용품 브랜드는 중저가로 알려진 곳이다.
이날 김씨가 산 육아용품은 모두 33가지다. 구매표를 확인하니 수유쿠션·짱구베개 등과 같은 품목도 보였다. 수유쿠션은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좀더 편안하게 먹일 수 있는 쿠션이고, 짱구베개는 아기의 머리모양이 예쁘게 만들어지도록 고안된 베개다. 시대변화에 따라 필요한 육아용품의 가짓수가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육아용품 매장에서는 유아를 위한 ‘특별한 처리’가 되어 있는 제품이라며 갖가지 용품들의 구매를 권한다. 아토피를 방지한다는 유아용 화장품, 항알레르기 처리가 되어 있는 손수건·이불 등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아 전용품이 있는 셈이다. 첫아이인데 아기피부에 좋다는 물품을 외면하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구매하자니 경제적 부담이 걱정된다.
첫 손자를 기다리는 김씨의 시어머니 정아무개(60)씨는 “우리 때는 기저귀하고 고무줄이면 족했는데 무슨 육아용품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아이를 낳을 때 출산장려금과 출산용품지원금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둘째 혹은 셋째아이부터 해당된다. 초점도 ‘지원’이 아닌 ‘출산장려’에 맞춰져 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복지부장은 “현재 정책은 아이를 낳으라고만 독촉하고 있지, 사실상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육아지원은 없는 상태”라며 “정부는 첫째아이를 키우기 쉬워야 그것이 출산장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 낳고 나면 부담은 갈수록 태산…유모차가 129만 원?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용품들은 출산을 앞둔 산모에게만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2006년 출산을 한 공무원 이아무개(33)씨는 백화점에 유모차와 식탁의자를 사러 갔다가 말 그대로 ‘기겁’을 했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미래형 유모차’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 ㅅ사의 유모차 가격표를 보니 129만원이었다.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국산 가운데 가장 싼 18만원짜리 유모차를 찾았으나 너무 부실해 보였다. 이씨는 “최소한 40만 원은 주어야 괜찮은 유모차를 살 수 있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유모차만이 아니다. 아이용 식탁의자의 경우 괜찮다 싶어 골랐더니 이탈리아수입품인 ‘ㅍ’사의 제품이었다. 가격은 34만8천 원. 결국 사지 못하고 인터넷 구매대행을 통해 23만원에 구입했다. 이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국산은 디자인이나 실용성,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아 외제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수입품이라 그런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ㅍ’사의 제품은 육아용품 가운데 이른바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 장난감 자동차가 1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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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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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분유 값만 22만 5천 원 두 아이를 둔 직장인 최아무개(34)씨는 분유 값이 골칫거리다. 최씨는 작년 둘째 아이의 출산 후 주변에서 좋다라는 권유로 산양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모유와 가장 흡사하다는 광고도 선택의 이유였다. 산양분유 한통의 정가는 4만2500원. 싸다는 할인마트를 수소문해 3만7500원에 구입해 먹이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보통 5~6일에 한 통을 먹는다. 한 달에 들어가는 분유 값만 22만원이었다. 그냥 싼 분유를 먹이면 되지 않을까? 최씨는 “내 아이인데 하는 생각에 주변에서 좋다고 권유하면 비싸더라도 손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가격 부담으로 일반 프리미엄급 분유로 바꾸었다는 최씨는 “아이의 변 색깔이 예전같지 않아 다시 산양유로 바꾸는 것을 고려 중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한 달 분유값이 13만2천원이다. 교구들 대부분 외제, 수십 만원 호가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각종 교육용 놀이기구에 대한 부담감은 점점 커진다. 교구들은 대부분 외제가 점령했다.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다. 하바, 로렌즈, 슈필가베셀렉타, 몬테 등등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교구들이다. 무턱대고 살 수 없는 노릇이라 돌려쓰기도 많다. 회사원 김아무개(28)씨는 “교구를 하나 장만하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났다”며 “친척·친구들이 쓰던 것을 물려받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마스기차’의 경우도 하나에 3만원 정도 한다. 하지만 이 토마스기차는 시리즈별로 계속 출시가 되기 때문에 추가구매로 이어진다. 기본이 3개 이상이고, 10개 이상 구매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자동차에 다는 유아용 카시트도 유명제품은 6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아이들 교육을 위한 교육기관 등록비, 옷, 동화책 전집 등,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불어난다. 꼭 내 아이만을 특별하게 키우려는 게 아니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육아용품의 종류과 가격이 대부분 상상이상이다. 물품취재중 만난 엄마들의 대부분은 한결 같이 말했다. “애 키우다가 허리 휘겠어요. 아이 안 낳는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니까요.”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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