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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이 임시축사 철망 위로 턱을 댈 정도로 바닥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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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김성만의 슬기로운 육식생활 4
“돼지들이 탈출했어!”…하늘이 무너지는 찰나,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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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이 임시축사 철망 위로 턱을 댈 정도로 바닥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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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돼지들, 탈출인가 외출인가 도착해보니 하우스 안에 두 마리가 보였다. 다른 돼지들이 어디 있나 돌아보았다. 그러자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를 보자마자 흩어져 있던 돼지들이 나에게 오는 게 아닌가. 다섯마리 돼지들이 거짓말같이, 정말 마법같이 나에게 왔다. 순진무구 초롱초롱한 눈망울, ‘아저씨 밥주러 온거야?’하는 표정을 하고 총총총 걸어왔다. 이곳을 자기들의 집으로 생각해 준 게 고마웠다. 사료와 사과 등 동원할 수 있는 먹이들로 유인해 가까스로 임시 축사 안으로 들여보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은 다행히 느낌만으로 끝이 났다. 산으로 뛰어갔다면? 다른 마을에 내려갔다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뻔 했다. 돼지들은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호기심을 채우며 놀고 있었다. 탈출이 아니라 외출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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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통을 들고가는 나, 뒤따르는 돼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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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축사 이사가 된 세 번째 탈출 그러던 어느날 개구멍이 또 뚫렸다. 임시로 박아두었던 고춧대를 아예 꺾으며 나왔다. 이번에도 멀리 가지 않고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놀고 있었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네 마리였다. ‘한 번 데려가봐?’ ‘아니야, 그러다 다른 데 가면 어쩌려고.’ 두 가지 생각이 번개의 속도로 교차했다. 뭔가에 홀린 듯 집에 있는 잔반을 들고 나갔다. 잔반은 돼지들에게 최강의 먹이다. “야들아, 나온 김에 새 집 가자”하며 내가 먼저 앞장섰다. 태연한 척 하려했지만 맥박이 상당히 올라갔다. 밥을 가지고 왔노라며 나와있는 돼지들 코에 한번씩 갖다대고는 축사 방향으로 슬금슬금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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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축사에서 마지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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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집으로 달려가고 있는 돼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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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이 딴 길로 새는 걸 막아서고 있는 <경북자연양돈연구소>의 이민우, <고마워돼지>의 장무훈, 박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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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는지…돼지들이 살금살금 따라왔다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 돼지를 살피다보니 이전보다 부쩍 배가 불러있었고, 당장이라도 옮기지 않으면 출산을 할 것만 같았다. 바로 전화를 했다. 우리가 자연양돈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선배들 덕분인데, 급한 요청에 흔쾌히 달려와주어 고마움이 한이 없었다. 베테랑들이 모이니 이사는 딱 13분만에 끝이났다. 돼지들로서는 아쉬운 산책이었을 테다. 내가 먹이통을 들고 앞장서고, 그 뒤를 선배들이 큰 합판으로 ㄷ자 대형을 만들며 따라왔다. 낯선 사람들, 환경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주었다. 밥을 줄 때마다 나를 인지시키기 위해 “아저씨야~”하는데, 이 날 그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알아듣는 듯 아닌 듯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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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 안착한 돼지들. 먼저온 돼지들과 인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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