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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 생활공간 안쪽에서 열심히 차광막을 당기고 있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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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김성만의 슬기로운 육식생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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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 생활공간 안쪽에서 열심히 차광막을 당기고 있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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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돼지를 죽일 수도 있다 그런데 돼지는 스스로 체온을 낮추는 시스템이 없다. 땅을 파서 차가운 곳에 눕거나, 진흙이나 물을 묻혀 체온을 낮춘다. 만약 돼지를 돌보는 사람이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 농장은 더더군다나 햇볕이 잘 들도록 지붕을 만들어서 그늘이 부족했다. 투명 지붕은 더위와 함께 최고의 시설에서 최악의 시설로 바뀌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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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막을 치기 전 지붕의 상태. 햇볕을 잘 받으려고 투명 재질을 50%나 사용했다. 겨울에는 따뜻함과 건강을 주는 최고의 소재였지만, 여름에는 열사병 등 온열 질환을 유발하는 나쁜 소재다. 그렇지만 태양은 생명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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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쪽에서 더 열심히 차광막을 당기고 있는 아내 송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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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용 분무기까지 동원 기분 탓일 것 같지만, 차광막을 치자마자 5도는 떨어진 것 같았다. 축사 안에서 찬바람이 불어왔다. 차광막을 친 뒤엔 날씨가 그럭저럭 시원해서 햇볕에 누워있는 녀석이 있을 정도였지만,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여지없이 차광막 아래에 드러누웠다. 만족스러웠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은 햇볕을 가려 체온이 올라가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이고, 더운 공기로 더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더위가 찾아온 5월23일부터는 한낮에 한 번씩 냉수샤워를 시켜주었다. 축사에는 차량 방역 용도의 고압분무기를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하는데, 돼지들에게 물을 뿌리기에 딱 적당하다. 수압이 강해서 가까운 녀석들에겐 안개 분사기능으로 샤워를 시켜주고, 먼 곳의 녀석들에겐 직수로 쐈다. 직수라 해도 멀리까지 가다 보면 물줄기가 퍼져서 안개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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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온열 질환을 유발한다 해도 생명유지에는 필수조건. 차광막을 반 만 덮어 반은 햇볕이 들어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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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막을 쳤더니 이른 아침에는 쌀쌀했다. 햇볕에서 젖을 주고 있는 모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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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치던 돼지들이 시원한 물인 걸 알아챈 뒤부터는 서로 물을 맞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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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치던 돼지들이 시원한 물인 걸 알아챈 뒤부터는 서로 물을 맞으려 애썼다. 나는 코나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얼굴을 자꾸 들이미는 통에 그냥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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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샤워에 신난 돼지들 이따금 가축들이 폭염에 쓰러졌다는 기사를 봤다. 이른 봄날부터 ‘폭염’ 수준의 더위가 시작되는 걸 보면, 올 여름이 걱정이다. 돼지를 데리고 여름을 난 것은 작년이 처음이지만, 마릿수가 작년 대비 열 배가 넘는다. 그늘을 만들고, 물을 뿌려주고, 더 더워지면 아예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내가 없어도 물이 나오도록 할 생각도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는 터지기 마련인데, 그 사고가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여름아~ 부탁해! 글·사진 김성만 하하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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