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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우기로 마음먹으면서 생산-유통-판매를 모두 하기로 했다. 올초 가게를 알아보다가 집 앞에 직접 짓기로 했다. 뜨거웠던 여름날, 지붕에서 단열재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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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김성만의 슬기로운 육식생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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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우기로 마음먹으면서 생산-유통-판매를 모두 하기로 했다. 올초 가게를 알아보다가 집 앞에 직접 짓기로 했다. 뜨거웠던 여름날, 지붕에서 단열재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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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유통-판매를 한 곳에서 그 때문에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올 초부터 가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주 시내까지 알아보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왕복 거리 때문에 교통비 문제가 걸렸다. 봉화읍 내에서 구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읍내는 정말 작다. 우선 오랫동안 비어있던 가게들을 살펴보았다. 한 곳은 호프집, 다른 곳은 조명가게이었는데 두 곳 모두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해 보였다. 가장 아쉬운 점은 기존 건물에서 덧낸 부분이 너무나 허술했다. 단열 문제도 걸렸지만, 쥐의 왕래가 쉬워 보였다. 정육점을 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읍내가 작다 보니 그 이후에는 가게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부동산 정보지를 꼼꼼하게 살펴도 적당한 가게가 나오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선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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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푸집을 짜고 그 다음날 기초 콘크리트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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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무거웠던 마룻대를 혼자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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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골조를 세웠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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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같이 완성된 집 앞 정육점 큰 결정을 할 때마다 20대의 자전거 여행 경험을 떠올린다. 유라시아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수십 번도 더 된다. 그때마다 내 처지가 돌아가는 것보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았다. 스무 개의 고개 중에 열 개를 넘은 뒤 너무 지쳐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돌아가나 앞으로 가나 똑같다. 야영을 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도시가 있는 곳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야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그 이유로 하루 만에 190km를 넘게 주행한 적도 있다. 길바닥에서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 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일단 한 걸음만 내디디면 끝까지 갈 수 있다고 믿고, 돌아가는 것보다 낫다고 되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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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합판을 다 쳤다. 삐걱거리던 벽도 이제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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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단열재를 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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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우기로 마음먹으면서 생산-유통-판매를 모두 하기로 했다. 올초 가게를 알아보다가 집 앞에 직접 짓기로 했다. 지난 여름 공사를 시작해 3개월만에 완성된 정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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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 탓에 채식도 했었지만 바닥공사를 마친 뒤, 생전 처음 만져보는 정육 기계들을 사다 넣었다. 기계들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고기에 대해서 완전 무지하다. 정육과 관련한 경험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고, 고기를 구워본 적도 거의 없다. 왜냐, 내가 굽고 있으면 분명 답답한 누군가가 나타나 집게를 뺏고 마니까. 봄에 발굴 교육을 시작으로 띄엄띄엄 교육도 받고, 책으로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있다. 첫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자꾸자꾸 넘어진다. 잊고 또 잊고 머릿속에 지우개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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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에폭시로 마감하고, 작업대와 육절기 등 필요한 것들을 배치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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