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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삼아 차 문을 열었다. 돼지들은 거부감 없이 올랐다. 실제로 처음으로 도축장으로 향했던 그 날도 나의 일은 차 문을 열고, 닫는 일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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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김성만의 슬기로운 육식생활 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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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삼아 차 문을 열었다. 돼지들은 거부감 없이 올랐다. 실제로 처음으로 도축장으로 향했던 그 날도 나의 일은 차 문을 열고, 닫는 일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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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제작도 직접 뚝딱뚝딱 그랬다. 판매는 모두의 걱정이었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더러는 혀를 차며 ‘그게 될까?’하는 식의 비아냥도 했다. 혼자만 아는 비밀처럼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팔아라’고 하는 조언이 가장 많았다. 인터넷에는 쇼핑몰이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쇼핑몰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들어가고, 관리하는데 품도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과 소매 단계에서 이윤이 많이 나고, 돼지를 경매로 내놓아서는 생산비도 남지 않으니 꼭 온라인 직거래를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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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농장 온라인 정육점 메인 화면. 출처 hahafar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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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트럭에 올라탄 돼지들 소프트한 일들이 어느 정도 지나간 뒤에는 매우 하드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돼지를 도축장에 데리고 가는 일이다. 일반적인 농장에서는 좁은 복도로 먼저 유도한 뒤 빨간색 돼지몰이 판이나 전기 충격봉을 써서 계류장까지 몰아넣는다. 그 와중에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돼지는 고통 속에서 생이 끝난다. 돼지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같아도 최소한 도축장까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다. 우리 축사는 일반적인 형태와 다르게 방 한 칸이 매우 크다. 합법적인 틀 내에서 방목의 효과를 누리고 싶었다. 큰 돼지를 기르는 칸은 두 칸인데 한 칸은 60평가량, 다른 한 칸은 50평 정도 된다. 이렇게 크게 만든 것까지는 보기도 좋고, 돼지들에게도 좋은 환경이었다. 그런데 2~30마리의 돼지 중에서 두 세 마리만 차에 태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돼지들은 겁이 많은 데다 힘도 엄청나게 세다.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덤벼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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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비록 도축장에 가는 길이어도 마음은 편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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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사고에도 꿋꿋했던 아내 다음 단계는 고기손질 즉 정육이었다. 발골 교육은 받았어도 정육 교육은 못 받았다. 책과 인터넷으로 열심히 공부는 했는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라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평소 부위별로 많이 먹어보았다면 감이라도 잡으련만 ‘삼겹살’, ‘목살’이 전부인 나에게 돼지 한 마리는 높은 산이었다. 부담이 너무 커 장모님께 SOS를 보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돌볼 목적으로 누군가에게 부탁한 적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혼자서 불가능이었다. 자료들을 살펴보고, 영상을 뚫어져라 봐도 머릿속은 여전히 백색이었다. 아내 유하가 꼭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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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기는 지금껏 해왔던 것들과는 다르게 익숙하고 자신있는 분야다. 고기 손질이 엉망이었지 사진은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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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발송…‘맛집’ 후기가 쏟아졌다 쇼핑몰에 그럴싸한 사진을 걸고, 카드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는 바로 홍보에 나섰다. 평소에 활동하던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으련만 ‘친구’도 별로 없는 SNS가 다였다. 과연 호응을 해줄까 반신반의하며 나는 페이스북에 아내는 인스타그램에 홍보글을 올렸다.(▷하하농장 직영 온라인 정육점 가기) 3년간의 준비과정을 지켜본 ‘친구’들의 ‘좋아요’와 댓글, 공유는 물론이고 응원 주문이 이어졌다. 애니멀피플의 독자들도 주문을 해주셨다. 연재 글을 접하고 SNS에 친구를 맺은 분들이었다. 사실 애니멀피플에 연재를 시작한 뒤 여러 차례 구매문의가 있었지만, 기약 없는 약속을 했었다. 오랜 기간을 잊지 않고 있다가 주문해주신 것이다. 감동이었다. 첫 주문, 첫 발송은 물에 빠진 기분으로 겨우겨우 해냈다.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어렵고, 많은 시간이 들었다. 주문이 안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했던 건 기우였다. 택배차가 떠나는 시간 전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첫 발송을 망칠 수는 없었다. 다섯 시 반까지는 택배사무실에 도착하라고 했었는데 여섯 시가 다되어 겨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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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택배는 아슬아슬했다. 너무 바빠 숨쉬는 시간도 모자랐다. 많은 분들의 응원속에 무사히 첫 판매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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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양돈’ 가치를 알릴 방법 지난 2주간 적지 않은 분들이 우리를 찾아주셨지만, 결산을 해보니 그간 들어간 생산비를 채우지도 못했다. 일반 정육점에서 값싸게 팔리는 뒷다릿살이나 등심, 안심 등의 부위가 가격이 높아 팔리지 않은 게 원인 같다. 아쉽게도 농장 입장에선 그 가격이 아니면 생산비를 채울 수가 없다. 삼겹살, 목살을 불티나게 팔아도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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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유하가 요리한 돼지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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