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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준도 중,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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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우석영의 동물+지구 미술관
11. 카스틸리오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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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준도 중,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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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형태의 아름다움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이 동물에 붙들어 매는 것은 심성이나 성격 이전에 그 건장한 신체일 것이다. 어떤 말은 몸무게가 무려 800kg을 넘어서는가 하면, 힘은 또 어찌나 장사인지, 자동차 엔진의 힘을 계산하는 단위는 아직까지도 마력(馬力)이다. 말은 형태와 색채에서도 단연 출중한 포유동물이다. 지구 생물의 형태미를 겨루는 미의 제전. 만일 이런 것이 있다면 포유동물들은 대개 본선에 오르지 못할 것이 빤하지만, 말은 예외에 속한다. 칠레의 시성(詩聖) 파블로 네루다는 포유동물의 형태미를 최대치로 구현한 듯한 이 동물에 대해 이렇게 노래할 정도였다. “이들의 엉덩이는 공이었고 오렌지였다/이들의 털빛은 호박빛과 꿀빛이었고 불타오르고 있었다/이들의 목덜미는 오만한 암석에서/깎아 낸 탑이었으며/…말들의 강렬한 출현은 피였고/율동이었고 존재의 환호하는 성배였다.”(파블로 네루다,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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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음입마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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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준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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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준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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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도(부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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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껍데기만 봐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네루다, 오비디우스, 카스틸리오네, 시튼 같은 사람들은 오늘날 비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신 사회에 구속된 우리들에게 말이란 돈이 되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도박으로 떼돈 벌게 해주고, 어린이 승마 체험으로 지갑 불려주고, 또 고기가 되어서 배를 불려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말이다. 삼성이 최순실의 딸에게 공여한 말의 값이 20억원이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기억해봄 직하다. 그러나 산 말 재갈 물려, 죽은 말 시체 팔아 돈 버는 사람들아, 말에 나타난 지구의 기적을, 조물주가 말에게만 선물한 것을 하나도 못 본 채, 이제껏 말의 껍데기만을 봐왔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기억해야 한다. 억울하게 죽어 구천을 떠도는 고상한 말의 영혼들이, 돈 말고는 볼 줄 아는 것이 없는 그대들의 기생충 같은 영혼을 끝내 기억하리라는 것도.(다음 편에 계속) 우석영 <동물 미술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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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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