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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와 양, 카미유 피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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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우석영의 동물+지구 미술관
13. 리처드 웨스톨, 카미유 피사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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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와 양, 카미유 피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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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축과 함께 사라진 양의 신화 20세기는, 동물의 이 기본적인 권리가 일부 동물에게서 박탈된 세기였다. 수천 년 넘게 지속된 목축업(牧畜業)이 돌연 축산업(畜産業)으로 전환되면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었다. 목축업의 붕괴로 농장 동물들이 산책하는 풍경이 사라졌고, 그건 곧 이 임무를 수행한 목자(牧者)들이 사라졌음을 뜻했다. 목자가 사라지자, 목자와 양에 관한 신화도 삽시간 의미의 빛을 잃었다. 산업자본주의는 단지 노동자를 노동에서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수천 년간 지속된 오래된 이야기(신화와 설화)들로부터, 친교(親交)할 수 있는 자연으로부터 인간 모두를 소외시켰다. 나는 리처드 웨스톨(Richard Westall, 1765~1836)의 한 작품에서 새로운 소외를 예감한 최후의 목자를 발견한다. ‘여름 폭풍-폭풍 치는 들판에 개와 양과 함께 있는 어느 목자’(Summer Storm-A shepherd with his dog and sheep in a stormy landscape)라는 작품으로, 작품 속 목자는 두렵기만 한 새로운 시대의 얼굴을 본 듯, 불안한 눈길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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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폭풍-폭풍 치는 들판에 개와 양과 함께 있는 어느 목자, 리처드 웨스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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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양들과 여성 목자, 카미유 피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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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성자, 하늘을 닮은 양 그런데 소리인 이 빛은, 지금 점으로 결정되어 있어 이채롭다. 그건 피사로가 조지 쇠라(George Seurat)와 폴 시냑(Paul Signac)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점묘법을 수용했기 때문인데, 사물의 기초 입자인 원자를 발견하고 그것도 모자라 전자와 쿼크까지 발견했던 물리학자들의 모험을 닮은, 이 ‘점의 모험’은 과학과 예술과 종교의 경계를 당장 허물어버릴 듯 기세가 훤칠하다. 그것은 아무려나, ‘집으로 돌아온 양들과 여성 목자’(Shepherdess with returning sheep)](1886)라는 또 다른 작품에서 우리는 피사로가 발견한 ‘이상(理想)의 인간’과 조우한다. 어느 여성의 형상으로 구현된 그 이상은, 말하자면 소박한 삶이라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활동하는 모성이고, 포옹이며, 감응이고, 친교다. 양이라 하면, 어디에 맛 좋은 양꼬치 집이 있는지에만 관심(Sorge)을 한정시키고만 가엾은 오늘의 우리들, 양꼬치 귀신들이 잃어버리고 만 능력들 말이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 <동물 미술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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