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2.28 14:15 수정 : 2007.03.05 14:34

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중국 “핵심기술은 돈 주고도 못산다”

[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1부 ‘자주적 과학기술’의 저력 : ① 중국은 태산을 옮길 것인가?

핵과 우주 분야에서 중국의 성공은 <열자(列子)>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나이 아흔의 우공은 길을 막고 있는 태항산과 왕옥산을 옮기려고 온 가족을 동원해 산의 흙을 파내어 다른 곳으로 날랐다. 이웃 사람들이 비웃었다. 하지만 우공은 자손대에까지 계속 흙 나르기 작업을 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우공의 분투에 감동한 상제는 신선을 보내 두 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했다. 중국은 우공처럼 우직한 정책으로 핵과 우주 분야에서 불가능한 임무를 이뤄냈다. 오늘날 중국의 ‘우공’은 또 다른 산에 도전하고 있다.

과학원에 경영대학원 신설=중국 베이징 서북쪽 하이뎬구 ‘중관춘’에는 중국과학원 산하 40여개의 대형 연구소와 분과 연구기관 등 수백여 개의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가한 농촌이던 이 곳은 90년대 말부터 대형 오피스텔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과학원의 연구를 상품 생산으로 연결하려는 창업기지촌이 생긴 것이다. 과학원의 졸업생·대학원생은 물론 학부생들까지 창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이들의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2004년 대학원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신설했다.

중관춘에서 만난 류펑(30)은 중국과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은 MBA 과정에 진학한 뒤 지난해 동기들과 함께 ‘런촹’이란 인터넷정보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2004년 중국과학원이 신설한 MBA 과정의 첫 입학자다. “과학원의 학생들은 모두 이과생들이어서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막상 ‘사업’에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MBA 과정이 생겨난 뒤 이과 출신으로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창업은 훨씬 촉진됐다.” 류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자신처럼 엔지니어 출신으로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 중관춘에만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이 바로 중국의 ‘차세대 우공’들이다.

중국 중관춘의 창업붐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의 ‘첨단기술’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뒤 중관춘의 ‘창신’ 열기는 뜨거움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전인대에서 통과된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계획(2006~2020)’은 앞으로 15년 동안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할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요 전문연구 항목’과 ‘최첨단 기술’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이 힘을 집중하려는 분야다. ‘중요 전문연구 항목’은 기밀이다. 최첨단 기술에는 △생물 △정보통신 △신재료 △선진 제조 △선진 에너지 △해양 △레이저 △항공우주 등 8가지 분야가 포함됐으며, 레이저와 항공우주기술 또한 기밀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일반 산업에서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보고서는 “국민경제와 국가 안보의 핵심 기술은 결코 돈 주고 사올 수 없다”며, “중국은 자주창신능력을 드높이고 주요 분야 핵심기술을 장악해 독자적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창업 적극 장려 · 엔지니어들 ‘창신’ 열기…외국기업 M&A 활발

지난달 23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춘에 우뚝 솟은 마이크로소프트 중국본부와 중국 최대 인터넷포털 ‘소후’ 본사 앞의 번화한 거리를 삼륜 자전거가 잡동사니를 잔뜩 싣고 지나고 있다. 첨단 인터넷 산업과 삼륜 자전거의 공존이 오늘날 중국의 고뇌를 상징한다. 베이징/특별취재반

중국의 기술 창신 융합 전략=우공이 산을 옮긴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으로선 감동만 받고 있을 수 없다.

베이징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의 홍성범 수석대표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정책 기조가 “외국 기술의 모방에서 자체 기술 혁신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부터 중국 과학기술정책을 검토해온 홍 대표는 중국이 최근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핵·우주·국방산업 등 자국 원천기술의 응용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 △해외 기술인력의 확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첫번째 전략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핵·우주·국방기술 가운데 민간 산업기술로 전환할 수 있는 항목을 찾아 이를 산업에 응용하는 것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된 ‘국방기술의 민간 전용(軍民兼容)’ 전략은 오늘날 대부분의 국영 국방산업체가 민수품 생산을 병행하고 있을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두번째 전략인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은 오늘날 중국에서 해외 기술 확보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쌍용자동차나 하이닉스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 추진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세번째 전략인 해외 기술인력 확보는 주로 한국, 일본, 대만의 ‘퇴직 엔지니어’들을 초빙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 대기업의 한 임원은 “거래 관계가 있는 중국의 반도체 공장에 갔을 때, 한국말이 생산 현장 여기저기서 들릴 정도로 퇴직한 한국 엔지니어가 많이 와 있었다”고 증언했다.

15년 안에 ‘기술 창신국’의 대열에 서겠다는 중국의 목표는 어찌 보면 태항산 자락에서 삽을 뜨고 있는 우공의 가냘픈 몸짓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핵 실험과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듯, 중국이 이 실험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첨단분야에서도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 새로운 ‘산 옮기기’에 도전하는 중국 우공의 실험이 한국에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다. 베이징/특별취재반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