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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5 20:38 수정 : 2007.03.06 09:57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에서 투루판으로 가는 고속도로 양쪽엔 200여기의 풍력발전기가 톈산산맥을 배경으로 80㎞ 이어진다. 네이멍구 다음으로 바람이 풍부한 이곳 다반청 풍력발전구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현재 설치돼 있는 750kW급 풍력발전기는 유럽 모델을 수입한 것이지만, 최근 신장의 진펑공사가 1.2MW 출력의 풍력발전기를 자체 개발해 이 지역에 추가 설치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우루무치/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1부 : ‘자주적 과학기술’의 저력
폭발적인 화석연료 수요 ‘재생에너지’로 넘는다

풍력·태양열·태양광 등
자연에너지 개발 여건 풍부
2050년 15%까지 확대키로

중국 개혁개방의 구호는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게 좋은 고양이”라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었다. 2002년 후진타오·원자바오 등 제4세대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고양이의 털 빛깔도 문제가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2004년 후안강 칭화대 교수는 ‘흑묘백묘론’을 ‘녹색 고양이론’으로 대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토머스 프리드먼(54)도 지난해 11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녹색 고양이가 아니라면 쥐를 잘 잡는다 해도 좋은 고양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과연 어떤 ‘녹색 고양이’를 길러내고 있을까.

태양 에너지의 도시 더저우=중국 산둥성과 허베이성의 경계에 자리한 더저우시는 역사적으로 그다지 주목받을 일이 없던 작은 도시다. 이 도시는 2010년 열릴 제4차 ‘세계 솔라시티 총회’를 유치함으로써 중국을 대표하는 환경도시로 떠올랐다.

1월31일 지난 공항에서 고속도로를 1시간 달려 더저우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파트 등 건물 옥상을 가득 뒤덮고 있는 태양전지판이었다. 전통 가옥 일부를 제외하면 신축 건물들은 예외 없이 전지판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더저우시는 지난해 1월1일부터 새로 짓거나 고치는 모든 건축물에 대해 태양에너지 일체화 설계·시공을 의무화했다. 2010년 세계 솔라시티 총회 개최를 앞두고 더저우를 태양도시로 확고하게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중국에서 소비되는 태양전지판의 16%를 생산하고 있는 더저우는 2005년 말 현재 모두 1200만㎡의 태양전지판을 생산해 중국 각지의 건물 옥상에 깔았다. 지금까지 중국에 보급된 태양전지판의 총량은 7500만㎡로 세계 총량의 76%를 차지한다. 1973년 석유위기 때 많은 나라들이 태양전지판의 보급에 나섰다가 석유값이 안정되자 태양에너지는 잊혀졌다. 그러나 석유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대체에너지의 개발에 눈을 돌려왔다.

더저우가 ‘태양의 도시’로 자리잡은 건 불과 10년에 지나지 않는다. 1995년 지금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전지 온수기 생산업체로 떠오른 황밍태양에너지집단이 문을 열면서 더저우의 태양광전지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황밍과 더불어 이자넝태양에너지 등 태양에너지와 관련한 기업 100여 개가 생겨났고,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저우 인민정부도 매년 1억위안(약 125억원)을 투자해 더저우를 ‘배기가스 0’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더저우 주요 거리의 가로등과 교통신호등은 대부분 태양광전지를 이용한 것으로 교체됐다. 태양전지 등은 8시간 충전하면 7일 동안 등을 밝힐 수 있다.

중국 미래 에너지 수급 계획

재생에너지 지역별 특화=그러나 더저우의 변신은 중국의 에너지 총 소비량에 비하면 미미한 시작이다. 중국은 화석에너지를 대신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라 부른다. 2005년 현재 중국 총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은 그러나 15년 뒤인 2020년까지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7%까지, 2050년에는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이 분야에 대한 중국의 집중 투자가 전개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재생에너지 개발은 서부 대개발 전략과 맞물려 있다. 풍력·태양열·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곳에 비교적 적합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재생에너지를 특화시킬 방침이다. 가령 바람이 많은 신장위구르자치주와 네이멍구자치주에는 풍력발전소가 집중해 들어서고 있으며, 일조량이 많은 티베트 고산지대엔 태양광발전을, 고비사막 등 열사지역엔 태양열발전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독자 기술의 확보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베이징 북부 만리장성 입구의 옌칭에 대규모 ‘녹색에너지 실험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과학원 전기공학연구소는 이 실험기지 안에 1MW 용량의 태양열발전소 건설을 200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왕즈펑(44) 전기공학연구소 연구원은 “이 발전소 건설에 성공할 경우 다음엔 고비사막에 10~15MW 규모의 대형 태양열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건, 자국 에너지문제의 폭발성 때문이다. 이미 세계 제2의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은 2005년 기준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아직 1.0TOE(석유환산톤)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이 미국(8.11TOE)·일본(4.03TOE)이나 한국(3.52TOE) 수준에 이르면 에너지 소비 총량은 현재의 3~8배로 폭발한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중국 뿐 아니라 세계가 에너지 수급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이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성공할 경우 중국은 화석에너지 시대를 넘어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중국과학원과 옌칭의 태양열발전소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용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땅이 넓어 다양한 재생에너지 개발 실험에 유리하다”며 “한국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넓은 시장을 결합할 때 협력할 공간은 매우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더저우/특별취재반 <1부 끝>


“대체에너지 국가의존 말아야”
황밍 / 황밍태양에너지집단 대표

황밍 / 황밍태양에너지집단 대표
세계 최대의 태양광전지 생산업체인 황밍(皇明)태양에너지집단의 황밍(黃鳴·49) 대표는 사업가라기보다 ‘환경운동가’에 가깝다. 창업 동기와 경영방침이 일관되게 ‘화석에너지 시대의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1월31일 더저우의 황밍 본사를 방문했을 때, 사옥 곳곳에는 황 대표의 경영철학이자 기업이념인 “자손들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위하여”란 구호가 붙어 있어, 환경단체 사무실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석유대학을 졸업한 뒤 1982년 더저우석유시추연구소에서 일하던 황 대표는 1987년 우연히 <태양에너지>란 잡지에서 태양광전지에 관한 글을 읽고 ‘세계관’이 바뀌었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스스로 만들어본 태양전지 온수기가 친구들 사이에 열광적인 인기를 끌자, 황 대표는 아예 태양에너지회사를 차리기로 한다. 인생의 진로를 ‘화석’에서 ‘미래’로 바꾼 것이다.

인민 99%가 모를 때 창업
국민 계몽과 판매를 병행

1995년 스스로 모은 100만위안(약 1억2500만원)의 자본금으로 황밍을 창업한 황 대표는 “99%의 중국인이 태양에너지에 대해 모르던” 시절, 태양에너지에 대한 ‘국민계몽운동’과 판매를 병행했다. ‘환경보호 100개 도시 순회단’ 등의 형식을 띤 황밍의 ‘계몽운동’은 지금까지 중국 전역 8000만㎞를 돌았다.

황 대표는 인기 높은 블로그 필자이기도 하다. 그는 창업, 경영, 교육, 심리, 건강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데, 이 또한 태양에너지 홍보의 주요 통로다. “태양에너지에 관한 글만 쓰면 독자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생활의 아이디어를 주는 이야기를 쓰면서 10편 가운데 1~2편만 태양에너지에 관해 쓴다. 그러면 10편 모두 태양에너지에 대해 쓰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다.”

“대체에너지 산업도 국가에 의존하지 말고 철저하게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진 그는 지난해 5월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포럼’에 초청받아 중국 기업가로는 처음으로 유엔 무대에서 자신의 성공사례를 세계에 발표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교육과 홍보를 중시하는 황 대표는 10만평이 넘는 황밍태양에너지집단 부지 안에 3000평 규모의 대형 ‘태양에너지 박물관’을 세웠다. 이 박물관에는 1차 오일쇼크 이후 한국 업체가 개발한 태양광전지도 전시돼 있다. 황 대표는 “매우 잘 설계된 제품임에도 이후 이 한국 업체가 사업을 접는 바람에 더 발전이 없었다”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미래 에너지 분야에도 본격 뛰어들어 우리와 협력할 일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저우/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 이상수 이본영 김남일 박현정, 사진/김봉규 김진수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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