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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2 18:33 수정 : 2007.04.09 13:52

중국 산시성 시안 양링의 ‘중국복제동물기지’에서 기르고 있는 산양들. 중국은 식량 증산 등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생명공학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안/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제2부 개혁개방에서 자주혁신으로
‘인간 유전자 대국’ 미래를 복제한다

중국 서북의 중심지 산시(陝西)성 시안에서 남쪽으로 2시간 남짓 승용차를 달리면 양손에 약초를 들고 서 있는 거대한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몸소 온갖 풀과 열매를 먹어보고 독초와 약초와 곡물을 구분해 백성들에게 가르쳐줬다는 전설 속 지도자 신농씨(神農氏)의 동상이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끝나는 곳에서 ‘양링 농업첨단산업시범구’가 시작된다. 신농씨의 후예들이 농작물이나 약초에서 신물질을 찾아내거나 바이오칩 등 생명공학 관련 연구를 통해 창업의 꿈을 키우는 곳이다.

대형 동물농장 복제양 기지=이 ‘시범구’ 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시베이농림과기대학의 ‘클론 양 실험기지’는 세계 최초로 산양 태아세포 복제에 성공한 저명한 연구소다. 취재팀은 지난 1월18일 시베이농림과기대학 후문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복제동물기지’를 찾았다. 국가가 승인한 중국 내 최대 규모의 복제동물농장으로, 시베이대 클론 양 실험기지에서 복제해낸 양 7마리가 있는 곳이다.

복제동물기지는 방문객들에게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설명한 뒤, 40평쯤 돼 보이는 복제 산양 우리를 보여줬다. 1990년에 탄생한 최초의 복제 산양 ‘칭칭’은 이미 박제로 변해 유리상자 안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일반양 8마리와 함께 섞여 관찰당하고 있는 ‘양양’, ‘위안위안’ ‘샤오샤오’ 등 7마리의 복제 산양들은 그다지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생존하고 있었다.

복제동물기지가 외부인에 공개하고 있는 시설은 빙산의 일각이다. 수만평에 이르는 동물기지의 사육장에는 산양 300마리와 소 100마리 등 대량의 실험동물을 기르고 있다. 모두 복제 또는 교배에 쓰일 실험용 동물들이다.

실험기지는 산양 이외에 젖소 복제를 중점 연구하고 있다. 안내원은 이곳에서 “복제 소도 사육하고 있지만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젖소 복제 연구는 더 많은 양의 젖을 생산하는 품종을 만들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유전자 조작 실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최초 산양 태아세포 복제 기술력 과시
식량문제 해결 위한 벼 분석도 최고 수준
소수민족 유전자표본 바탕 ‘생명대국’ 꿈꿔

중국 생명공학 연구 주요 일지
‘윤리 브레이크’가 없는 연구실=중국은 이미 1990년대에 산양, 토끼, 소, 쥐 등의 태아세포 복제에 성공했으며, 2000년에는 산양의 체세포 복제에도 성공했다. 또 복제 산양 사이의 교배와 일반양과의 교배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1996년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기 전부터 중국은 비교적 일찍 동물 복제와 유전자 조작 연구를 진행해왔다. 중국 생명공학의 주요 연구 성과를 검토해온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곤충자원연구실장은 “2005년까지 중국의 생명공학 연구는 ‘양적 팽창’의 시기였으나, 2006년부터 시작된 11차 5개년계획 기간에는 ‘질적 심화’를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명공학 연구는 나노기술, 신재료 등과 함께 중국 당국이 중점 지원하는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인구 대국이면서 식량 수입국인 중국은 우선 식량문제의 해결을 위해 생명공학 연구를 중시하고 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벼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건 이런 필요성 때문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은 중국은 전염병과 불치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연구에도 강조점을 찍고 있다. 아직 국제적인 ‘대박’은 터지지 않았지만, 중국은 에이즈 치료제, 항암제 등의 개발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중국은 생명공학 연구에서 어느 나라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박 실장은 “중국은 인구가 많은 데다 56개 소수민족이 동거하고 있어, ‘특종 유전자 유형’을 지닌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유전적 질환 연구와 질병 저항에 관한 연구를 하기에 매우 유리하다”고 말한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56개 소수민족이 있으며, 수천명 이하의 극소수만 생존해 있는 소수민족까지 치면 200여개 민족에 이른다. 중국은 이들로부터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유전자 표본을 얻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중국이 37번째 새로운 인간 유전자 ‘중궈-리난’을 발견한 일이라든가, 2004년 쓰촨성 출신 여성에게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간 유전자 B-1313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알려지지 않은 인간 유전자를 새로 발견했다.

생명공학 연구에 대해 ‘윤리’ 문제를 거론하는 어떤 집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 분야 연구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최근 중국이 종교 정책을 완화했지만, 중국엔 아직 생명윤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종교집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또 중국공산당이 강력하게 언론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공학 연구 윤리에 관한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첨단과학기술 연구기관을 ‘기밀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는 중국공산당의 기밀주의 또한 중국의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어떤 견제도 가능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런 ‘강점’을 등에 업고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 등 생명공학의 모든 분야에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그 성과가 인류에 복음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시안/특별취재반


“아시아 최대 생명은행 운영”
톈진 줄기세포연구센터 한중차오 주임

톈진 줄기세포연구센터 한중차오 주임
중국의 새로운 ‘성장 기관차’ 톈진에는 2002년 ‘국가 줄기세포 공정기술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 연구센터는 줄기세포 등 생명공학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생명공학의 산업화도 추진하며 직접 자회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의 한중차오(54) 주임을 지난달 23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 본궤도에 오른 사업은 태아의 탯줄(제대)을 이용해 배양한 줄기세포로 백혈병 등 악성 혈액질환을 치료하는 일이다.

“중국 내 악성 혈액질환 환자는 400만~500만명이며, 이들의 사망률은 60~70%에 이른다. 백혈병 환자는 매년 4만~5만명씩 늘고 있지만 줄기세포를 이식받는 환자는 400~500명에 지나지 않는다.”

줄기세포 이식이 어려운 원인은 값도 비싸지만, 중국이 1978년부터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쓰고 있어, 형질이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제공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30일 선진국처럼 신생아의 탯줄을 냉동 보관해 본인 또는 가족이 악성 혈액질환에 걸렸을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생명은행’을 정식 설립했다. 여기엔 이미 1만건 정도가 보관돼 있으며, 최대 보관 용량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100만개다. 한 주임은 최근에는 이 연구센터가 “탯줄 폐기물 조직에서 임상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간충질 줄기세포(MSC)’를 배양해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센터의 자회사인 ‘톈진앙사이세포유전자공정유한공사’는 설립 5년만에 이미 매출액 2억위안(약 260억원)에 3000만~4000만위안(약 39억~52억원)의 순익을 내고 있다. 한 주임은 “줄기세포 기초 연구에선 중국이 아직 최고가 아니지만, 임상 연구와 산업화에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임상 연구가 빨리 발전하는 원인에 대해 한 주임은 “서방처럼 기독교 등 종교계의 반대가 없고 윤리의 영향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주임은 연구센터가 “배아 줄기세포 연구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치료에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배아 줄기세포가 아직 탯줄 줄기세포보다 낫다는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한 주임은 “우리의 목표는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에 이르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 자신감의 배경엔 국가의 강력한 지지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설비가 있다.

1986년 프랑스로 유학 가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파리에서 11년 동안 세포분자생물학연구실 등에서 연구하다 돌아온 한 주임은 이 센터의 주임이자 자회사의 대표이사, 실험혈액학국가중점실험실 주임 등을 겸하고 있으며 중국의학과학원 부속 셰화의과대학에서 교수로 강의도 하고 있다.

톈진/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이상수 김남일 황예랑 박현정

사진/김봉규 김진수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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