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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4 13:44 수정 : 2007.04.09 13:55

중국 청두시 외곽 우콰이스에는 한국 경동시장 30배 규모의 중의약재 시장이 있다. 상당수 중국인들은 여전히 중의약재로 탕약을 끓여먹지만, ‘중의약 무용론’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약물화학 차원에서 중의약재의 효험을 검증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국 첨단산업이 뛴다] 제2부 개혁개방에서 자주혁신으로
중국 전통묘약의 비밀, 현대 화학식으로 푼다

청두·쿤밍 대표적…캡슐·주사액 개발 힘써
‘지역마다 약재·처방 제각각’ 현대화 난점

중화(26)는 중국 쓰촨성 청두중의약대학 석사과정의 대학원생이다. 2월2일 방학 중임에도 그는 학교 도서관 앞뜰에서 책에 빠져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책은 <중의약물화학>이다. 중의약 전공자에게 가장 중요한 교재의 하나인 이 책은 중의 전통 약재의 성분을 화학식으로 나타내고, 화학작용을 풀이해놓은 교재다. 그는 각 약재의 화학식을 노트에 베끼고 또 베끼고 있었다.

“과거엔 ‘인삼’ ‘당귀’ 등 약재의 이름을 그대로 썼지만, 오늘날 중의약은 그 약재의 어떤 성분이 우리 몸속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거쳐 병을 치료하는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중국 중의약대학의 학생들은 서방의학 전공자들과 똑같이 약물화학을 깊이 공부한다.

청두에 이웃한 몐양 출신으로 졸업 뒤 아픈 고향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게 꿈인 중화는 “약재의 화학식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의사도 환자 치료에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화학 공식으로 변한 중의약재 = 오늘날 중국 정부는 중의약 현대화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월11~12일 열린 국가중의약관리국의 ‘전국 중의약 공작회의’ 보고를 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서부지구에만 18억1000만위안(약 2353억원)을 투자해 중의원들을 건설할 예정이다. 2006년 말 현재 중국 전체 의료행위 가운데 중의약의 참여 비율은 위생 32%, 예방의학 53%, 보건 88%, 회복요양 93%, 건강교육 70%에 이른다. 이런 수치는 ‘선전용’임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중국 정부가 중의약 보호·육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의약 현대화의 핵심은 ‘신비스런’ 중의약재를 화학식으로 분해해 객관화하고 일반화하는 것이다. 유서 깊은 연구소인 쿤밍식물연구소, 상하이약물연구소, 다롄물리화학연구소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의약 현대화’ 작업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이 작업에서 중의약의 문헌과 경험은 여전히 중요한 자료다. 추밍화(44) 중국과학원 쿤밍식물연구소 연구원은 중의약과 현대 약물학과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중의약에서 관절염 치료에 쓰였던 식물이 있다면, 오늘날 우리는 그 식물의 어떤 성분이 작용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중의약의 축적된 경험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무턱대고 아무 식물이나 분석한다면 엄청난 시간과 정력이 필요하겠지만, 중의약의 축적된 경험은 그런 노력을 크게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의약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는 쓰촨성 청두와 윈난성 쿤밍이 꼽힌다. 청두와 쿤밍은 저지대에서부터 해발 6000~7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까지 다양한 생태 환경을 고루 갖추고 있어 중의약 재료도 풍부하다. 청두는 중의약에서 쓰이는 약재의 70% 이상을 자체 수급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청두시 외곽 우콰이스에는 중국 최대의 약재시장이 있다. 경동시장의 30배 규모다.

윈난성 쿤밍은 생태환경이 더욱 풍부하다. 윈난에는 세계 식물 30만여종 가운데 1만50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쿤밍식물연구소는 한 해에 2000여종에 이르는 천연 화학물질을 추출해내고 있어, 이 분야 세계 최대로 꼽힌다.

현대적 설비로 생산하는 중약업 성장세
다양한 축적, 획일화될 위험 = 중의약 현대화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8년 동안 중의약재 성분 분석과 물질 추출 작업을 진행해온 양링(44) 다롄물리화학연구소 연구원은 “같은 약재에 대해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고, 같은 질병에 대해 지역마다 처방이 다르다는 게 중의약 현대화의 난점”이라고 말한다. 중의약 병명 가운데 서방의학 용어로 옮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혈증’ 같은 게 대표적이다. 양 연구원은 용어와 진단과 약재의 성분을 모두 객관화시켜 “유럽인에게도 일상 언어로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을 때” 중의약은 비로소 보편 과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로 탕으로 끓여먹는 복용방식도 ‘현대화’의 대상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중의약재를 캡슐로 만들거나 심지어는 주사액으로 만드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인삼 등 약재로 만든 호흡기 질환 치료제인 선마이주사액의 경우 2005년 2억8300만위안(약 367억9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돼 중국 내 최대의 히트 의약품으로 기록됐다.

중국의 수많은 연구기관들이 중의약 현대화에 매달리고 있는 건, 에이즈나 암 등 불치병을 이길 수 있는 성분 하나만 찾아내면 일확천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쿤밍식물연구소는 이미 1993년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고, 상하이약물연구소는 중의약에서 힌트를 얻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중의약 현대화가 중의약의 다양한 특성과 지역적 차이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중의약은 쓰촨, 윈난, 광둥, 베이징, 상하이 등 다른 환경마다 처방의 차이가 있어왔지만, 모든 문제를 화학공식으로 환원시킬 경우 이런 지역적 다양성이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다. 나아가 이런 ‘현대화’ 과정 속에 들어오면 몽골의약, 신장의약, 티베트의약 등 소수민족의 고유 의학은 모두 현대 특효약 물질 추출의 참고자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청두·쿤밍·다롄·상하이/특별취재반


장팅모 청두중의약대학 교수 “중의약 강점은 예방·안전성”

장팅모(64) 교수는 청두중의약대학의 원로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2월5일 청두싱윈호텔에서 만난 장 교수는 “7년 전 한국 유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어 한국이 친숙하다”며 “전통의학을 잘 보존하고 있는 한국과 더 많은 교류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모두 중의였고, 큰딸 또한 청두중의약대학을 졸업한 뒤 청두중의원 의사로 재직하며 중의약을 3대째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중의약 보호 육성책을 소개해달라.

=중국 정부는 건국 뒤 중의약 고등교육기관을 널리 보급해 적지 않은 전문 인력을 길러냈다. 인력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또 중의약 보급을 위해 농민 의료보장제도를 실시하면서 양의와 중의가 협력하도록 한 ‘협력의료제’를 도입했다. 중국 농민은 중의약에 친숙하며 중의약의 효험을 믿는다. 또 하나는 도시에도 반드시 중의원을 두도록 한 정책이다. 중국은 헌법에도 “국가는 현대의약과 전통의약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방의학에 비해 중의약의 강점은 무엇인가.

=중의약의 강점은 ‘예방의학’에 있다. 서방의학은 ‘병’이란 진단이 없으면 처방도 없다. 가령 공연히 피곤하고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건 어디가 딱히 아프지 않아도 몸이 약해진 징표일 수 있다. 서방의학은 ‘휴식’ 말고는 처방이 없다. 몸의 균형상태를 강조해온 중의약은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한다. 또 한가지 강점은 ‘안전성’에 있다. 중의약은 일단 ‘식품’이므로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높지 않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 각 지역마다 중의약의 개념이나 약재 등이 약간씩 다르다고 들었다. 실제론 어떤가.

=중의약 이론은 전국적으로 같다. 그러나 중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어떤 곳은 춥고 어떤 곳은 더우며, 어떤 곳은 건조하고 어떤 곳은 습하다. 인간과 자연을 동일체로 보는 중의약은 환경이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 건 중의약 이론의 관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중의약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서의학이 서로 배우고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서방의학의 과학적 진단방법은 중의가 배워야 하지만, 불치병·만성병 등의 치료는 중의가 뛰어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고산지대인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아무런 ‘반응’도 없을 정도로 건강체질인 그는 “규칙적인 생활과 마음을 열어놓고 늘 밝게 생활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 비결이라고 말한다. 청두/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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