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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쇳말로 본 새터민 젊은이] ④ ‘열공’
급우보다 나이 서너살 많고 교과 달라 애먹지만 2시간만 자면서 우등생 따내“훌륭한 리더가 있었다면 우리 민족 고난 덜했을걸…” 다음달이면 ‘고3’이 되는 양혁(21)씨는 급우들보다 3살이나 많다. 정규학교에 다니는 새터민 열에 여덟 아홉은 양씨처럼 또래보다 1년 이상 늦다고 한다. 중국 등 제3국을 거치는 탈북 과정에서 시간을 소모하는데다, 남북한 학습 내용의 차이가 커 쉽게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씨는 1999년 탈북해 중국에서 4년을 보내야 했다. 지난 2003년 6월 경북 문경시 점촌중 2학년에 입학했을 때는 세종대왕이 누구인지, 지구과학이라는 과목이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터민 청소년들은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지난해 통일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7월 현재 7∼24살 사이 새터민 가운데 학교에 다니는 이는 60.7%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하는 양씨는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미친 듯이” 공부했다. 문창고로 진학하면서부터는 머리를 아예 박박 밀었다. 하루에 2시간만 자면서 공부했다. 하지만 고1 때까지 수학을 따라잡기 위해 학원을 다닌 것 빼고는 별도의 과외 학습을 받지 않았다. 새터민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인 영어는 탈북 과정에서 중국 학교에 다니며 배운 게 그나마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학교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열심히 공부한 덕에 지난해 중간·기말 고사에서는 전교생 250명 가운데 5위 이내를 유지할 정도로 성적이 쑥쑥 올랐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양씨에게 “너는 시베리아에 갖다놔도 살아남을 사람”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예전엔 그저 남한 친구들을 따라잡고 싶은 생각이 컸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통일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는 게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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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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