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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쇳말로 본 새터민 젊은이] ⑤ ‘조혼’
혈혈단신 낯선 땅서 서로 의지남성 새터민 가부장적 의식 강해
결혼뒤 갈등 쉽게 갈라서기도 새터민 주부 이은하(24·가명)씨는 낮엔 외판원 생활을 하고 밤에는 육아에 낑낑대고 있다. 2시간마다 깨어 보채는 6달 된 딸아이에게 분유 먹이랴, 기저귀 갈랴,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도 자식에게 투정부릴 수 없는 게 엄마의 마음이다. 이씨가 남한 여성에 비해 일찍 아이를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홀로 국경을 넘어 중국 옌지에서 4년여를 버티다 지난 2002년 한국에 들어온 그에게 남한은 그야말로 ‘천국보다 낯선’ 땅이었다. 외로움이 사무쳤다. “특히 명절이나 생일 때 친구가 다 채워주는 것은 아니라서 내게도 가족이 필요함을 느꼈어요.” 자주 놀러가는 새터민 언니 집의 위층에 살던 남자가 어느날 ‘작업’을 걸어왔다. 역시 새터민인 그 남자가 이씨의 휴대전화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누르더니 “찍었어요”라고 했다. 스물두살 되던 2005년 12월 서울 양천구 이씨 집으로 다섯살 많은 남편이 살림을 옮겼다. 이씨 말마따나 “자연스럽게 합치게” 됐다. 이씨는 의지가 강하고 목표가 뚜렷한 남편에게 끌렸고, 남편은 생활력 강하고 깔끔한 성격의 이씨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생겼다. 이씨는 지난해 출산 때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마취가 깰 즈음 제왕절개의 고통으로 신음하는데, 아기가 처음 곁으로 다가오자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이씨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힘들게 낳아서 키웠구나.” 그립고 미안한 마음에 눈 앞이 뿌예졌다. 남편과 살림을 차리기 직전, 북한에 남아있는 어머니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던 이씨다. 얼마 전 한통에 1만9500원짜리 2단계 분유를 먹던 딸아이가 1천원 비싼 3단계로 넘어가면서 분유값 걱정을 하는 이씨의 모습은 여느 남한의 엄마와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가 많이 힘들게 겪은 부분을 애한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에서 새터민만이 가질 법한 고민과 결의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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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의 ‘남여 역할’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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